[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당한 뒤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퇴거했다. 이에 따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박 전 대통령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파면되며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것을 제외하고 재직 중 범죄 혐의로 기소되지 않는다는 불소추특권을 잃었다. 그간 이 방패막이를 이용해 검찰 특수본 1기와 박영수 특별수사팀 수사를 빗겨나갔지만, 이제는 꼼짝없이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특수본 1기의 세 차례 대면조사 요구를 여러 이유를 대며 거부했다. 이후 특검과 대면조사에 합의했다가 특검의 일정 사전 노출을 이유로 취소했다.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된 대면조사를 받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과 특검 역시 체포영장 청구 등 다른 카드를 꺼내지 못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도 의지를 보인다. 이미 특수본 2기 관계자는 수사를 넘겨받은 뒤 첫 브리핑에서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박 대통령을 수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당장 이번 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방식은 우선 소환 통보가 유력해 보인다. 그간 박 대통령 대면조사 외 다른 수사는 상당 부분 펼쳐온 검찰이기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로 마지막 방점을 찍으려 한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속도에 대해 한 가지 변수가 남아 있다. 바로 7개월이나 앞당겨 치러지는 5월 '벚꽃대선' 여파다. 검찰이 정치적 셈법을 배제하고 수사에 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수사로 정국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은 검찰에 분명 부담스러운 요소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구속 수사 여부도 부담스럽다. 다만 검찰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오히려 정국 혼란을 줄이고 논란을 피하고자 최대한 빨리 수사를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의 방어 여부도 관심이다. 이미 탄핵심판 때 대통령 대리인단은 '막말 변론' 등 논란을 낳으며 박 전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두둔했다. 때로는 장외로 나가 여론전도 벌였다. 이들은 이번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변호인단에도 합류해 박 전 대통령을 보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전 대통령 수사와 대선이 맞물려 있는 만큼 탄핵심판 때보다 더 깊은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9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후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