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문 후보의 전두환 장군 표창 발언은 군 복무를 성실히 했다는 애국심 강조 끝에 나온 발언임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경선 캠페인이 네거티브로 흐르지 않도록 품격과 절제 있게 말하고 상대를 존중하도록 하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21일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스스로 뒤돌아 보며 아름답고 품격 있는 경선을 만들겠다"는 다짐도 했다. 최근 '전두환 표창' 논란 등 문재인 전 대표쪽을 향한 날선 공세에 대한 자제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 지사 캠프쪽은 이날도 "급조된 후보에서 바뀐 게 없다", "실무자에게 책임 돌리는 불안한 후보 모습 보였다"는 등 문 전 대표에게 인신공격성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최근 안 지사캠프가 문 전 대표에 대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내거티브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놓고 그 배경에 대한 분분한 해석이 나온다. 캠프 관계자는 “경선 승리를 위한 당연한 ‘진화’”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 한쪽에서는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을 전후에 ‘김종인계’ 현역 의원들이 캠프에 대거 합류해 주도권을 쥐면서 ‘안희정 캠프’가 일종의 ‘반문 베이스캠프’로 변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초 ‘실무형’ 작은 캠프를 지향한 안희정 캠프는 지난 2002년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인 ‘금강팀’과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인사들이 주축이었다. 대표적인 인물로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거론된다.
그렇지만 캠프 총괄실장이었던 윤 전 대변인은 최근 토론회 전담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임 총괄실장은 ‘김종인 체제’에서 당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낸 이철희 의원이다. 이 의원은 기동민·어기구 의원과 함께 지난 5일 캠프에 합류했다. 김종인 전 대표가 정식 탈당한 7일에는 대표적 비문인 박영선 의원이 의원 멘토단 단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용진 의원은 20일 전략기획실장으로 합류했고, 김종인 비대위에서 비상대책위원과 정책위의장으로 중용됐던 변재일 의원은 정책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외에도 손학규계인 정춘숙·강훈식 의원도 합류했다.
공동 대변인에 임명된 강훈식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비문 의원들의 계속되는 캠프합류에 “문재인 대 비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 대 안희정”이라며 “안희정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강팀 출신 캠프 관계자도 “현역 의원들이 들어왔으니 활동할 공간과 합당한 권한을 줘야 하지 않겠나”며 “각자의 위치에서 후보를 빛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당초 안 지사는 자신의 캠프가 비문연대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고, 그런 이유로 현역 의원의 캠프 합류에 부정적이었다. ‘의원 멘토단’이라는 조직을 별도로 만든 이유 역시 현역 의원과 선거캠프를 분리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많았다. 박영선 의원도 합류 당시 “현재 선거 캠프가 유능하다. 캠프가 선거전략을 마련하면 멘토단이 그것을 점검해 조언하고 의원 각자의 방식으로 돕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재는 의원 멘토단과 캠프의 경계가 희미해 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캠프 특보단장인 김태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 지사를 향한 공개편지를 보냈다. 그는 ‘친구이자 동지인 안희정님께’라는 제목의 글에서 “요즘의 변화가 안희정 후보 같지 않다”며 “내가 아는 안희정이 아니다. 너무나 어색한 옷을 입은 동지이자 친구를 보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안 후보는 전당대회 장에서 계란이 날아오는 그 순간에도 묵묵히 깨진 계란을 닦고, 혼란 속에서도 중심을 잡으려 애썼던 분”이라며 “혹 분열을 조장하는 분들이 주변에 있다면 멀리하자”고 충고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 투표가 임박하면서 경쟁이 치열해 지고 감정이 격해지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지금처럼 도를 넘어서는 인신공격이나 흠집내기로 치달으면 국민의 외면을 받게된다. 후보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왼쪽 세번째) 충남지사가 공개 지지를 선언한 어기구(왼쪽부터), 이철희, 기동민 의원과 손을 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