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의 최고 정점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27일 결국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2일 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한 지 닷새 만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특별수사본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존 검찰 수사 내용과 특검으로부터 인계받은 수사기록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지난주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전직 대통령의 신병 처리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했다"며 "검토한 결과 피의자는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의 다수의 증거가 수집됐지만, 피의자가 대부분 범죄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하고,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뇌물공여자까지 구속된 점에 비춰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며 "위와 같은 사유와 제반 정황을 종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대선 일정에 상관없이 계획대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온 검찰은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다음달 17일까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0일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한 지 닷새 만인 15일 소환을 통보했으며, 21일 오전 9시35분쯤부터 22일 오전 6시55분쯤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은 삼성그룹에 대한 승계 작업 등 현안을 해결해 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으로부터 213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사용할 말 구매비 등 실제 77억9735만원을 받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 미르재단에 125억원, K스포츠재단에 79억원을 각각 지원받는 등 총 433억28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2월28일 박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인 최씨를 단순뇌물과 제3자뇌물을 포함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최씨의 재산에 대해 법원에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같은 날 뇌물공여·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이 부회장을 구속기소하고,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무,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을 불구속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공모해 정유라씨가 준우승한 전국승마대회 감사와 관련해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을 사직하게 하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과 공모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 심사 결정에 개입한 혐의도 적용됐다.
특수본 1기 단계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전국경제인연합이 대기업의 매출액을 기초로 출연금을 할당하고, 이에 따라 16개 대기업이 미르재단에 486억원,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을 지원하도록 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함께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 47건을 최씨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외부 이메일에 첨부해 전송하거나 최씨에게 직접 전달한 혐의도 포함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은 케이디코퍼레이션과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납품·광고 발주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롯데그룹의 지원 등에도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가
포스코(005490)를 상대로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한 후 더블루케이가 매니지먼트를 맡도록 하고,
KT(030200)를 상대로 최씨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측근을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한 혐의 등에도 개입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14시간 동안의 조사를 받고 7시간의 조서검토를 한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