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청와대 지시로 차은택씨 인맥을 임원급으로 채용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28일 열린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황 회장은 “2015년 1월 초순쯤 안 전 수석으로부터 윗선의 관심사항으로, KT 채용과 관련해 이동수를 만나보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윗선이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 수석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 전화를 받고 인사시기가 지났음에도 상무급 자문위원을 자리를 제안했으나 이씨가 거부하자 직급을 전무로 올려 임원급으로 채용했다. 황 회장은 채용 공모가 없는데도 특정 개인의 채용 요구가 들어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입사 8개월만인 2015년 8월 KT 광고업무를 총괄하는 IMC 본부장으로 전보됐다. 황 회장은 “안 전 수석이 이씨를 광고담당 주요 보직으로 옮길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며 “경제수석이 사기업인 KT에 보직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황 회장은 2015년 7월 안 수석으로부터 ‘VIP의 관심사항’이라며 최씨 인맥인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의 부인인 신혜성씨를 채용해달라는 요구도 받았다고 말했다. 채용절차가 지연되자 안 전 수석은 여러 차례 독촉 전화를 하고, 신씨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6년 1월쯤 보직 변경과 승진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 독대 당시 대통령이 건넸던 더블루케이 연구용역 제안서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작성한 스키단 창단 제안서 등에 관해서도 부담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제안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 “KT 기업가치와 전혀 맞지 않고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또 안 전 수석으로부터 2016년 2월쯤 ‘VIP 관심사항이다. 정부 일을 많이 하니 KT 신규광고 대행사로 플레이그라운드를 선정하면 좋겠다’는 전화도 받았다고 회상했다.
황창규 KT 회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2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