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설립 반대, 지체장애학생들 두번 운다

강서구 주민들 "지역 편중 심각"…교육부 대책 없어 난감

입력 : 2017-04-03 오후 5:01:57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저희 딸은 아침마다 울어요. 7시 반에 학교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려면 오전 6시 전에는 일어나요 해요. 다른 아이들보다 준비하는데 오래 걸리잖아요”
 
이모(47·여)씨는 3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서울 강서구에 설립하기로 예정된 공립특수학교는 다른 지제장애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씨의 고등학생 딸은 매일같이 왕복 3시간 거리에 위치한 특수교육기관인 서울정진학교(구로구 온수동)로 통학한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일부 지체장애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이기도 한 이씨는 “어떤 분들은 강서구에 장애인 특수학교인 교남학교가 있으면 됐지 왜 또 지으려 하냐고 말씀하시는데, 저희들 입장에서는 가고 싶어도 학교에 수용 인원이 정해져 있어 갈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예정대로 오는 2019년 3월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서진학교(가칭)가 들어서면, 서울에 새롭게 문을 여는 특수학교는 지난 2002년 개교한 경운학교 이후 17년 만이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강서지역을 포함해 강남권, 동부권 등 3개 권역에 지적장애와 지체장애 영역의 특수학교 설립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주민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지역 내 특수학교 설립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대위 관계자는 “저희는 집값이 떨어질까 봐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공진초 주변 200m 이내에는 장애인 복지관, 직업학교 등 6개의 장애인 시설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특수학교를 짓는 건 지역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서구 교남학교에 오는 학생 중 30%가 양천구 학생인데, 그 학생들로 인해 강서구 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통학한다”며 “특수학교가 없는 양천구에 먼저 지어야지 강서구 한 곳에만 특수학교를 또 짓는 건 지역균형발전에도 맞지 않다”고 특수학교 건립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강서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 역시 옛 공진초 부지에 한방병원을 짓겠다며, 서진학교 설립 부지를 다른 대체 부지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특수학교 건립을 두고 지역 주민들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급기야 교육부는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교육시설이 지역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까지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이 많은 점을 고려해 실제로 특수학교가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얻고자 진행했다”며 연구 목적을 설명했다. 
 
교육부는 전국 167개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1km 이내 인접 지역과 1~2km 이내 비인접 지역의 표준지가·공동주택·단독주택가격 등 10개에 대한 영향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표준지가 등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특수학교 인접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경우가 더 많았다.
 
김은숙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특수학교가 지역 부동산 가격이나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생각이 근거 없는 편견이란 점이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부특수교육지원센터 개관식 및 누림사회적협동조합 개소식에서 서울여고 특수학급 학생들이 컵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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