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최승근 기자] 포스코가 구조조정 한파 속에서도 권오준 회장 연봉은 40% 가까이 올렸다. 그룹내 전사적인 감원 칼바람으로 700명 넘게 일자리를 잃었지만, 권 회장은 거액의 연봉을 챙겼다.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과 보호주의 장벽에 업황 회복이 지연되면서 그룹은 올해도 구조조정에 나선다. 직원들의 고용불안에 아랑곳없는 경영진의 태도는 책임경영 및 고통분담과는 멀어 보인다.
권 회장은 지난해 급여 5억8500만원과 상여 10억5100만원, 기타 600만원 등 총 16억42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실적 개선의 성과가 연봉에 반영되면서 전년보다 37%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그룹 상장사 등기임원 평균 보수는 4억9671억원으로 전년보다 5.2% 감소해, 권 회장의 연봉 인상분이 더욱 두드러졌다. 그나마 직원 평균 연봉도 8700만원으로 7.4% 오른 점이 위안이다.
배경에는 구조조정의 그늘이 있다. 포스코 직원 수는 2015년 1만7045명에서 2016년 1만6584명으로 461명(-2.7%) 감소했다. 그룹 전체로 따지면 2015년 2만3244명(상장사 기준)에서 2016년 2만2541명으로 703명(-3%)이 회사를 떠났다. 포스코엔지니어링 450여명, 포스코건설 300명, 포스코ICT 190여명, 포스코켐텍 40여명 등 희망퇴직이 줄을 이었다.
구조조정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권 회장이 부임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포스코는 총 77개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통·폐합하고, 49건의 자산을 내다팔았다. 올해도 18개의 계열사를 정리하고 5건의 자산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짐을 싸는 직원들도 부지기수일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지난해 투자나 기부에도 인색했다. 투자활동에 지출한 현금은 1조9758억원으로 전년(2조2049억원)보다 10.3% 줄었다. 같은 기간 기부금은 536억원에서 371억원으로 30.8% 삭감됐다. ‘짠물경영’은 상생도 외면했다. 수천곳의 중소기업들과 거래하며 발생하는 외상거래(매입채무)가 30.3%나 폭증했다. 이 기간 매출은 8.7% 줄어 의도성이 짙었다. 대기업의 매입채무는 중소 협력사에 대한 협상력 우위를 악용한 거래 관행으로 지목된다.
인력감축과 비용절감의 한파가 직원들과 협력사들에게 불어 닥쳤지만 권 회장만큼은 높은 수준의 연봉을 챙기며 무풍지대로 빠졌다. 동종 철강업계를 보면, 총수일가인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지난해 17억4800만원으로 권 회장보다 연봉이 높았지만, 같은 전문경영인인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의 경우 그보다 적은 12억5900만원을 받았다. 특히 직원과의 연봉 격차는 현대제철은 14배, 포스코는 19배다.
재계에서는 권 회장이 지난해 ‘최순실 사태’에 휘말리며 연임이 불투명했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49억원을 출연해 회사의 평판을 훼손한 책임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고액의 연봉 인상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지난 2014년 권 회장의 선임 당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권 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허위사실”이라며 부정한 바 있다.
한편 포스코 측은 "상여는 이사보수기준에 따라 회계연도 경영성과 평가결과에 기초해 성과연봉을 지급하고 있다"며 "지난해 신입채용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했고, 700명의 감원은 자연퇴직분이 포함된 숫자"라고 해명했다.
이재영·최승근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