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 회장 '해외 수주' 집념…쌍용건설 옛 명성 되찾는다

올해 글로벌 건설 명가 재도약 원년 삼고 국내외 총력전

입력 : 2017-04-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법정관리 중이던 쌍용건설이 지난 2015년 1월 세계적 국부펀드인 두바이투자청(ICD)을 최대주주로 맞이한다고 밝혔을 때 업계에서는 그동안 김석준 회장이 '쌍용건설 부활'을 기치로 해외 수주에 전념한 노력이 이를 뒷받침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쌍용그룹 창업주 고 김성곤 회장의 차남인 그는 외환위기 이후 그룹 해체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을 겪으며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으로 쌍용건설을 이끌면서도 해외에서의 굵직한 수주를 이어나가며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기 위한 공을 들였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사진/뉴시스
 
김 회장은 발로 뛰는 '현장 중심'의 경영관과 '하면 된다'는 집념을 갖춘 CEO로 유명하다. 이는 쌍용건설이 1982년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래플즈 시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 지상 73층의 복합건물을 짓는 이 프로젝트 공사 참여 여부를 놓고 부정적 의견이 상당수였다. 쌍용건설이 준공한 최고층 건물은 지상 15층짜리 여의도 대오빌딩이 전부였다. 하지만 해병대 출신인 김 회장이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여 결국 1986년 래플즈 시티를 완공했다. 이를 계기로 쌍용건설은 해외 건설시장에서 시공능력을 인정받았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1970년대 중동 붐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진출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상당히 기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싼 인건비를 통한 단순 노동력 수출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며 "래플즈 시티는 기술집약적 공사의 효시"라고 설명했다.
 
이후 쌍용건설은 두바이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1990년대 중반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 6위에 올랐다. 국내 시장은커녕 해외 시장에서조차 생소한 신생 건설사가 불과 10년 만에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그러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생하며 쌍용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기 시작했고 1998년 쌍용건설도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됐다. 이후 김 회장은 회사의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유 지분 대부분을 내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쌍용건설 채권단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김 회장의 해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김 회장을 전문경영인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김 회장은 워크아웃 과정에서도 해외 수주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는 2007년 수주한 지면에서 52도 기울어진 싱가포르의 '마리아 베이 샌즈 호텔'이다. 사업비가 1조원에 이를 정도로 고난이도 건축 공법이 필요했던 프로젝트로, 당시 국내 건설사의 단일 건축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였다.
 
쌍용건설이 국내에서 수주한 대표적 공사는 지난 2009년 준공된 서울지하철9호선 913공구 고속터미널역이 꼽힌다. 이 공사 현장은 기존 3호선 15cm 아래로 공사 구간이 관통하고 있어 당시 국내 지하철 최대의 난공사 구간으로 알려져 있었다. 당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06년 프랑스, 벨기, 스위스, 네덜란드, 일본 등 국제 터널 전문가 40여명은 쌍용건설의 공법을 보기 위해 직접 공사 현장을 찾아오기도 했다.
 
김 회장은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 6년 만인 2004년 조기 졸업(1999년 워크아웃 개시)을 일궈냈다. 하지만 워크아웃에 다시 들어간 쌍용건설은 2013년 말 건설 경기 침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몰려 워크아웃을 중단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 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그 사이 워크아웃 과정에서 7번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됐다. 이후 2015년 1월에서야 ICD의 투자를 유치하며 8번째 M&A를 성공시켰다. 여기까지가 언론에서 회자되는 쌍용건설과 김 회장의 '7전8기' 부활 스토리다.
 
ICD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2개 국부 펀드 중 하나다. 운용 자산 규모는 1962억달러(약 230조원)이며 자산 기준 UAE 1위 은행인 에미리트 NBD와 국영 기업인 에미리트항공, 에미리트 석유공사 등 총 30여개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층 호텔 '부르즈 할리파'를 소유한 두바이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 '에마르'를 통해 다양한 초대형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쌍용건설은 해외 수주 물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이를 기반으로 쌍용건설이 국내외 시장에서 옛 명성을 되찾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사진/쌍용건설
 
김 회장은 올 한해를 '글로벌 건설 명가'로 재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고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월 국내외 영업과 기술력 강화, 관리능력 제고 등을 고려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수주목표는 지난해(1조8000억원)보다 77% 증가한 3조2000억원으로 설정했다. 해외 1조7000억원, 국내 1조5000억원의 수주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매출도 전년(8500억원) 대비 53% 증가한 1조30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쌍용건설의 지난해 해외공사 수주액은 9억5818만달러로 국내 건설사 중 8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김 회장의 현장 중심 경영은 진행 중이다. 지난달 8일 김 회장은 임직원 50여명과 함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동부산 관광단지 '아난티 펜트하우스&힐튼 부산 호텔' 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을 진행했다. 평소 '현장에 답이 있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지론에 따른 실천이다. 올 초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는 회생절차 종결 2년 만에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을 재창출하는 턴어라운드를 이뤄냈다"며 "단기간에 영업력을 회복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건설 명가로서의 존재감을 지키자"며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서울 송파구 쌍용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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