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6월1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6년 호암상 시상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앞줄 가운데)과 참석자들이 손뼉을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올해 호암상 시상식은 주최 측의 부재로 ‘쓸쓸한’ 잔치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데다, 이재용 부회장마저 구속돼 삼성일가가 행사자리를 지키기 어렵게 됐다.
호암상 시상식은 이건희 회장이 거르지 않던 삼성의 대표적인 대외 행사다. 선대회장인 이병철 창업주의 인재 제일주의와 사회공익 정신을 기려 학술·예술 및 사회 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를 현창하기 위해 1990년 이 회장이 제정했다. 올해 27회 시상까지 총 138명의 수상자들에게 229억원의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며, 시상식 후에는 삼성 총수일가가 수상자와 그 가족 등을 초청해 축하 기념행사도 따로 열었다. 이 회장에게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부터는 이 부회장이 그 자리를 대신해왔다. 2015년과 지난해 부친의 빈자리를 메우며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대내외에 각인시켰다. 하지만 올해는 이 부회장마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 뇌물죄 혐의로 구속되면서 참석이 어려워졌다. 시상식은 오는 6월1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다만, 이 부회장이 5월에 있을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날 경우 물리적 참석은 가능하다. 이조차 자숙을 이유로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이 부회장이 빠진 자리를 모친인 홍라희씨와 누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등 가족들이 대신할지도 미지수다. 홍라희씨는 지난달 6일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 관장직도 돌연 사퇴했다. 구체적인 사퇴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 부회장 구속 등에 따른 심적 부담이 작용했을 것으로 재계는 추측하고 있다.
한편, 호암재단은 5일 '2017년도 제27회 호암상 수상자'를 확정, 발표했다. 올해 부문별 수상자는 과학상 최수경 교수(60·경상대), 공학상 장진 석학교수(63·경희대), 의학상 백순명 교수(60·연세대), 예술상 서도호 현대미술작가(55), 사회봉사상 라파엘클리닉(대표 안규리 서울대 교수) 등 5명(단체 1곳 포함)이다. 각 수상자들은 상장과 메달(순금 50돈), 상금 3억원을 받게 된다.
이들은 국내외의 저명 학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38명)와 국제적 명성을 가진 해외 석학 자문단(37명)의 면밀한 업적 검토 및 현장 실사 등 4개월에 걸친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수상자로 확정됐다. 특히 노벨상 수상자 댄 셰흐트만 박사, 노벨상 위원장을 역임한 스벤 리딘 박사 등 해외 저명 석학 6명이 호암상 심사위원으로 직접 참여해 국제적 차원에서 업적을 검증했다.
호암재단은 국내외 연구자간 교류와 협력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호암상 수상자, 노벨상 수상자 등이 참여하는 '제5회 호암포럼(공학, 의학)'을 5월29일과 31일에 서울시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개최한다. 또 6월2일 오전에는 노벨상 수상자 브루스 보이틀러 박사 및 호암상 수상자 오준호 박사의 합동 청소년 특별강연회를 성균관대 새천년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