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초반 선전에 시중은행장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영업전략 변화에 나섰다. 막강한 '카카오톡' 인프라를 등에 업은 카카오뱅크도 상반기 출범을 예고하고 있어 인터넷은행에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장들은 이미 케이뱅크를 경쟁자 반열에 올렸다. 김도진 기업은행장도 지난 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은행 돌풍에 겁이 덜컥 났다"며 "내부적으로 전략그룹과 미래채널그룹에서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도 이미 이같은 분위기를 예감이라도 한듯 이달 첫 영업일 조회사를 통해 인터넷은행을 '디지털 경쟁자'로 규정했고 위성호 신한은행 역시 "신한의 경쟁자는 ICT(정보통신기술)기업"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최고경영자들의 이 같은 위기의식은 단순히 립서비스가 아니다.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은행 출범에 앞서 모바일뱅크를 내놓는 등 사전 대응에 분주했지만 케이뱅크의 초반 흥행에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16개 시중은행들이 지난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월평균 기록한 비대면 계좌개설 건수는 1만2000건에 그치는 가운데 케이뱅크는 출범 첫날에 은행권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집토끼' 고객을 지키기 위해 영업 전략을 재구축하는 동시에 금리 혜택이나 상품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외부 전문가 영입과 함께 모바일 전용 상품 다양화에 주력하는 등 초반부터 대응 강도를 높였다.
신한지주(055550)는 지난 3일 인터넷은행 초기 사업모델을 고안했던 조용서 베인앤컴퍼티 금융부문 대표를 디지털전략 본부장으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외부 영입 인사를 단행했다.
조 본부장은 신한은행 모바일전문은행인 써니뱅크 구상 당시에도 외부 컨설팅을 맡은 바 있다. 그의 인사와 동시에 기존 부장급이었던 디지털전략팀의 수장이 본부장급으로 격상되면서 그룹의 디지털 전략의 큰 그림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에서는 지난 5일 모바일 전용 전월세 자금 대출 서비스도 내놨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아직 확대하지 못한 주택 관련 대출을 선점하고 나선 것이다.
아파트 임대차계약 후 보증금 5% 이상을 계약금으로 납입하면 은행 방문 필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상담과 신청이 가능하다. 향후 부동산 관련 상품 전반을 모바일로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KEB하나은행은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의 10%까지 연 0%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또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설치나 회원가입 과정 없이 신용대출과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할 수 있는 '모바일브랜치'를 출시했다.
우리은행(000030)은 금융권 최초로 음성으로 거래하는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뱅킹 '소리'(SORI)를 선보였다. 비교적 높은 금리인 연 2%대 예금과 적금 상품도 내놓았다.
기업은행(024110)의 경우 금리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기업은행의 특성을 살려 기업고객에 맞는 디지털금융을 선보일 계획이다. 오는 10일 소상공인들이 직접 포스(POS) 단말기를 통해 거래대금 송금, 거래내역 조회를 할 수 있는 'IBK POS뱅킹'을 내놓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과 인건비·영업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전제하면서도 인터넷은행에 대항할 수 있는 금리 혜택과 수수료 인하 등으로 맞불을 놓는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도진 기업은행장, 윤종규 KB금융회장 겸 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