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흑자 창출은 기업이 자신감과 자긍심을 갖는 기본 토대다. 아무리 어려워도 흑자를 달성한다는 믿음은 주저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달려나갈 수 있는 동력이다."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한 조기행 SK건설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흑자구조를 견고하게 다지자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수년간 SK그룹 내에서 계열사를 넘나들며 재무 역량을 펼친 대표적 '재무통'으로 꼽힌다. 조 부회장은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는 SK건설을 '내실다지기 경영'을 통해 영업흑자폭을 늘리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SK건설과 업계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조 부회장은 1981년 (주)선경에 입사하며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내딛었다. 2000년 SK구조조정추진본부 재무구조 개선팀장을 거쳐 SK투자회사와 SK에너지에서 줄곧 재무구조 개선 업무를 담당했다. 2008년에는 SK네트웍스 경영서비스 사장에 부임했으며 2010년에는 SK텔레콤 GMS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SK그룹 내 '재무통'으로 통한다.
조 부회장이 SK건설 사장으로 이동한 때는 2012년이다. 당시 SK건설은 조 부회장과 최광철 사장(현 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위원장)을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는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 부회장은 경영기획과 사업지원·재무·주택·건축주택 부문을, 최 사장은 화공·발전플랜트·글로벌마케팅·인프라 사업부문을 맡았다. 이에 따라 SK건설은 기존 윤석경 부회장 '단독' 체제에서 '투톱' 체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조 부회장의 사장 취임 1년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3년 SK건설은 해외사업장 손실로 인해 대규모 영업적자라는 최악의 경영지표를 기록했다. 2012년 상반기에 26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3분기에는 529억원으로 적자 폭을 다소 줄였다. 하지만 4분기 사우디아라비아 와싯 플랜트 현장의 공기가 지연되면서 결국 2013년 한 해 49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4년 조 부회장과 최광철 사장은 공동 신년사에서 "기존 프로젝트의 원가를 낮추고 일반 관리비 절감에 적극 나서겠다"며 흑자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후 SK건설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내세우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전방위적인 혁신을 통해 단기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더 이상의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 체질을 개선해 강한 역량과 경영시스템, 기업문화를 갖추겠다는 다짐이었다. 이를 위해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철저하게 선별수주를 지속하며 기존 프로젝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2014년 40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금융감독원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2196억2425만원으로 전년(744억4643만원)대비 195%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873억9734만원으로 전년(285억1448만원)대비 206.5% 늘었다. 2013년 4905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후 2014년(409억원)부터는 영업이익이 매년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강동창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매출은 전년에 비해 감소했으나 공사물량을 꾸준히 수주하고 있으며 공종이나 지역 면에서 다변화된 해외사업 경험과 대규모 손실 이후의 신중한 리스크 관리를 감안할 때 현 수준의 사업 안정성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SK TNS의 분사 영향과 해외수주 감소로 지난해 연간 매출은 7조182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8조7225억원)보다 17.6% 감소했다. SK건설의 해외수주는 2014년 5조213억원으로 집계된 이래 2015년과 2016년 각각 2조5933억원, 8522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하향세를 걷고 있다. 강 연구원은 "과거 저유가로 인한 중동 발주 물량이 감소하고 수주경쟁 심화에 따라 해외수주가 감소했다"면서도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가 매출액의 3배 수준인 약 21조9000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계열공사의 수주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SK건설 경영지원부문을 총괄해 온 조 부회장은 지난해 말 그룹 인사에서 체질 개선과 흑자 전환 공로를 인정받으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공동 대표였던 최 사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로 자리를 옮기면서 SK건설은 조 부회장의 '단독' 체제로 재편됐다.
조 부회장은 SK건설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임직원들에게 '한 발만 헛디뎌도 낭떠러지로 떨어질지 모르는 외줄을 탄다'는 각오 아래 흑자기조 유지에 총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올해 사업 환경은 작년보다 나아지길 기대하기 어렵지만 비전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올해는 '생존을 넘어 성장으로' 가는 미래의 가늠자이자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열린 인천 남구 용현동 '인천 SK 스카이뷰' 야간 점등식 행사 모습. 사진/SK건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