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DJ 평화정신 걷어찬 박지원

입력 : 2017-04-11 오후 2:33:46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입장을 기존 반대에서 찬성으로 바꾸면서 당 지도부도 입장을 바꿨다. 박지원 대표가 10일 지난해 7월 일찌감치 사드 배치 ‘반대’로 확정했던 당론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박 대표가 입장을 바꾼 것은 지지율 상승세를 탄 안 후보가 보수행보를 강화하면서 사드 배치 찬성 주장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정부의 사드 배치 방침에 대해 개인 성명을 통해 “(사드 배치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며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등 ‘배치 반대’를 주장하던 안 후보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입장이 바뀌었다. 지난 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는 “제 생각대로 당을 설득하겠다”며 명확한 찬성 입장으로 전환했다.
 
국민의당은 앞서 지난 2월에도 사드 배치 당론과 관련해 한 차례 내홍을 겪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 직후 주승용 원내대표가 “상황이 변해서 사드 배치를 반대할 명분은 많이 약해졌다고 생각한다”며 당론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당시 박 대표는 이를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일축했다. 당시 주 원내대표가 제기한 상황 변화란 북한의 IRBM(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독살이다.
 
그런데 그때와 아무런 변화가 없는 지금 박 대표가 돌연 당론을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안 후보를 적극 지원해야 하고, 그러니 후보가 원하는대로 따라가줘야 한다는 논리인데, 사당도 아니고 민주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박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자칭 '햇볕정책의 계승자' 아닌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 그리고 모든 것을 위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이 김대중 정신”이라고 했던 박 대표였다.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이론적 논리를 보면 사드 배치는 평화주의 노선을 강조한 햇볕정책과 화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 국민의당의 사드 배치 반대에 대해 당 주요 지지층인 호남 등의 평화론자들이 크게 지지했던 것이다.
 
햇볕정책은 국민의당 정강정책에도 들어가 있다. 그리고 사드배치를 찬성하는 것은 햇볕정책과 양립할 수 없다. 필요에 따라 하는 것이니 뭐라할 수는 없지만, 박 대표는 앞으로 김대중 정신을 계승한다는 얘기는 그만했으면 한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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