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 돌입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기존 수주 물량도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선주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어 어렵게 확보한 물량들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우조선의 생존을 더욱 어렵게 한다.
국민연금은 11일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요구한 사채 관련 출자전환 수용 여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투자자로서 대우조선과 대주주에 대한 기대를 멈추지 않겠다"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사실상 채무 조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못 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사전 협의는커녕 실사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충분치 않은 자료를 근거로 수용 여부, 즉 사실상의 손실을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1조5000억원 가운데 30%인 4000억원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대우조선 생사의 키를 쥐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10일 이동걸 은행장이 직접 나서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투자금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 3년을 연장해 줄 것을 호소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P플랜 돌입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수주물량들도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대우조선해양
국민연금이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대우조선은 사실상 P플랜 돌입을 목전에 두게 됐다. 특히 P플랜 시 기존 발주 계약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이 건조 중인 선박 및 해양설비 114척 가운데 법정관리시 선박 건조계약 취소 조항(빌더스 디폴트)이 있는 경우는 96척이다. 이 가운데 8척은 P플랜 돌입시 발주 취소가 확실하며, 선주 결정에 따라 취소 규모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 입장에선 114척 가운데 90척 이상이 내년 안으로 인도 가능한 수준으로 건조가 진행됐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선박이 인도 임박 수준까지 건조가 진행된 경우 선주가 이미 사용처를 확정한 경우가 많은 만큼 발주 취소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발주 당시보다 낮아진 선박 가격을 감안한 선주가 셈법에 따라 얼마든지 계약을 취소할 수 있어 실제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우조선이 지난 10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임금반납 동의절차(임원 30~40%, 직원 10~15%)를 밟기 시작한지 하루 만에 98%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회사의 생존을 최소한으로 담보할 발주가 취소될 위기에 몰리며 답답함만 더해졌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P플랜 자체가 첫 사례라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예상을 못한다"며 "계약 취소 규모가 8척이면 그나마 다행이고 50척, 60척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완성이 임박한 선박의 경우도 디폴트 조항 탓에 선주 판단에 따라 계약 취소가 가능한 만큼 계약 취소 범위 등을 내부에서 법률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