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생사의 칼자루를 쥔 국민연금 결정이 임박하면서 대우조선 살리기를 위한 호소 또한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 대안 제시가 아닌 읍소 수준에 불과해 흐름을 뒤바꾸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소집을 하루 앞둔 13일 막판 호소전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다음날 투자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에 대한 채무 재조정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은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 돌입이 불가피하다.
정 사장은 1분기에 이어 연말까지 흑자를 자신하면서 국민연금이 3년 뒤 회사채 상환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부터 반드시 흑자를 달성할 수 있는 만큼 한 번만 더 믿어주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대우조선해양 1300여개 협력업체 대표단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의 채무 조정안 수용을 촉구했다. 대표단은 "P플랜 가동시 협력업체에서 납품한 기자재 대금과 인건비 등이 지연되고, 이는 곧 연쇄부도와 연결돼 5만명에 이르는 사내외 협력사 임직원과 가족, 조선소 인근 지역 삶의 희망이 사라진다"고 호소했다. 거제를 지역구로 둔 김한표 의원도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앞에서 협력사 대표단 등 150명과 함께 정부와 채권단이 채무 재조정 합의 도출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며 힘을 보탰다.
대우조선 P플랜 돌입을 사실상 결정지을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를 앞두고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을 비롯한 각계 막판 호소전이 줄을 잇고있다. 하지만 현실적 대안이 부재한 읍소 수준에 그쳐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향후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회사채 최대 보유자인 국민연금의 입장이 줄곧 평행선을 달릴 정도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 데다, 최순실 사태는 국민연금의 행보를 제한시키는 역효과마저 가져왔다. 읍소에 가까운 각계 채무조정안 수용 촉구 노력 또한 국민연금을 설득하기에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지난 10일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대우조선 투자금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 3년을 연장해 달라는 내용의 채무 재조정안을 내놨다. 이에 국민연금은 국책은행의 추가 감자와 자신들이 보유한 회사채 중 2000억원의 우선 상환 보장을 요구했지만, 산업은행이 거부하면서 입장차는 지속됐다. 정부 역시 중재를 위한 묘안을 찾아내지 못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정부가 나서서 압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접점을 찾기 위해 설득은 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일단 산업은행은 극적 타결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동걸 행장은 "지금이라도 국민연금이 우리 쪽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제안을 내놓는다면 충분히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역시 산업은행과의 만남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막판 대합의 불씨를 살렸다.
대우조선의 P플랜 시행 여부는 오는 17~18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결정되지만, 14일 예정된 국민연금의 채무 재조정안 수용 여부 결정이 사실상 대우조선의 운명을 가르게 된다. 국민연금은 전체 회사채의 30%가량인 3900억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