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벌기업, 법 사각지대서 일감몰아주기 기승

부당한 이익 얻는 사익편취 사례 만연, 공정위 조사착수

입력 : 2017-04-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재벌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는 사익편취 사례가 법망의 사각지대에서 만연하고 있다. 상당수의 재벌 그룹들을 살펴보면 총수일가의 직접적인 지분율이 높지 않아 규제는 피하지만 한다리 건너 간접 지배로 부의 축적이 가능한 종속기업들에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가 많다. 규제가 허술해 총수일가의 편법적인 사익편취를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16일 <뉴스토마토>가 10대 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의심사례를 조사한 결과, 규제가 미치지 않는 종속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가 횡행했으며, 현행법에 저촉될 의심사례도 몇군데 포착됐다.
 
삼성은 삼성물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7.1% 등 총수일가 지분이 30.9%를 차지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적용되는 가운데 지난해 특수관계자(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상 동일한 대규모기업집단 소속회사 포함) 거래(이하 내부거래) 비율이 매출(별도 기준, 공정위가 통상 별도 매출로 조사)의 24.5%를 차지해 일감몰아주기 위법사례로 의심된다. 거래 총액이 200억원 이상, 매출에서 내부거래 비율이 12% 이상이면 법 적용 대상이다. 다만, 내부거래가 일정 비율 이상이라도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등 금지 행위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법 위반이 된다.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불가피한 경우에도 법 적용에서 제외한다. 즉, 위법 여부는 공정위 판단이 필요해 의심사례로 분류했다.
 
법망에서 벗어나 있는 지배기업 삼성물산의 종속기업(지배기업이 50% 이상 지분 보유) 삼성웰스토리,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제일패션리테일(구 콜롬보코리아) 등은 내부거래 비율이 매우 높았다. 식자재공급사업을 하는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내부거래가 36.4%였다. 건축설계용역을 하는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는 66%, 수입의류 및 잡화도소매 판매 유통업체인 제일패션리테일은 내부거래가 100%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의 총수일가 지분이 30%로 내부거래가 67.4%를 기록해 그 자체로 일감몰아주기 위법 가능성이 있다. 종속기업 중에서는 눈에 띄는 내부거래가 없었다.
 
SK는 사업지주회사인 SK가 최태원 회장 23.4% 등 총수일가 지분이 30.9%인 상태에서 지난해 내부거래가 43.5%였다. 그 종속회사인 SK바이오텍, SK임업, SK인포섹도 각각 내부거래가 97%, 73.2%, 69%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LG는 총수일가 지분이 45.7%이지만 자회사 지분에 대한 배당수익이 주 수익원인 순수지주회사로서 내부거래 과세를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그 종속회사인 LG스포츠(내부거래 42.8%), 서브원(47.4%), LG경영개발원(84.1%) 등은 일감몰아주기 수혜를 입고 있었다.
 
롯데는 롯데쇼핑의 총수일가 지분이 28.8%로 높지만 내부거래는 2.2%에 불과했다. 하지만 역시 그 종속회사인 엔씨에프(20.7%), 롯데멤버스(98.5%)는 내부거래가 많았다. 롯데정보통신은 총수일가 지분이 24.8%로 내부거래가 93.1%로 높았다. 이 회사는 비상장사로서 총수일가 지분이 20%를 넘기 때문에 법 적용 대상이 된다. 그 종속회사인 현대정보기술도 계열사 일감(43.4%)이 많았다.
 
순수지주회사인 GS(총수일가 45%) 아래 GS스포츠(63%)와 GS글로벌(30.6%) 등 종속기업도 일감몰아주기 문제가 나타났다. GS건설도 허창수 회장 10.9% 등 친족 지분이 28%인 가운데 그 자체 내부거래는 7.2%로 높지 않지만 종속기업인 이지빌(47.4%), 자이오엔엠(91%)은 문제를 노출했다.
 
방산업체인 한화는 김승연 회장 22.7% 등 총수일가 지분이 42.2%이며 내부거래가 18.1%로 의심사례로 지목된다. 그 종속기업 중에선 한화건설의 내부거래(23.9%)가 높았다. 동관(50%), 동원(25%), 동선(25%)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S&C는 내부거래가 70.6%나 됐다. 정보보안서비스업체라는 특성은 있다. 종속기업인 한화에너지도 내부거래(39.4%)가 높은 편이다.
 
한진그룹은 순수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종속기업인 정석기업(51.9%), 토파스여행정보(88.9%), 칼호텔네트워크(38.7%) 등에서 폭넓은 내부거래가 나타났다. 또 조양호 회장 장남인 조원태씨가 소유한 유니컨버스의 내부거래가 88.6%나 됐다. 총수가 없는 전문경영인체제의 포스코는 조사에서 제외됐고, 현대중공업그룹은 총수일가 지분이 높지 않았다.
 
한편, 국회에는 일감몰아주기 지분요건 판단 시 다른 계열회사를 매개로 수혜회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간접지분을 포함하도록 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규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해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공정위도 사익편취를 막기위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자산 5조원 이상 총수 있는 45개 기업집단(재벌)의 225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총수 일가 사익편취 실태조사에 착수했다”며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근절은 향후 경제 상황이나 정치 환경의 변화에 상관없이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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