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여론조사, 제대로 알리고 사용하자

입력 : 2017-04-18 오전 6:00:00
우리 국민들은 진달래가 시샘할 정도로 5월의 장미를 애타게 기다리는 중이다. 4월의 진달래가 역겨워서가 아니라, 이른바 ‘장미대선’으로 탄생할 새 대통령을 기다리는 우리의 부푼 마음 때문이리라. 내달 9일 진행되는 대선을 통해 우리들 마음속에도 숭고한 장미꽃이 만개할 수 있을까
 
헌정을 유린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어의 몸으로 구치소에 갇혔지만 민주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우리는 왠지 설레고 희망차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조기에 치러지다 보니 그 어느 때 보다도 치열한 난타전이 예상된다.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에 젖어 방심하고 있던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 격차를 줄이자 긴장한 상태다. 선거전에서 네거티브도 판을 친다.
 
언론도 덩달아 춤추며 5명의 주요 대선 후보를 둘러싼 여론조사 결과를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고 있다. 특히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안철수 후보 측 진영은 언론들이 쏟아내는 여론조사에서 자기들이 뒤쳐지기라도 하면 ‘잘못된 여론조사’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중앙선관위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조사까지 의뢰하는 일을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에 살고 여론조사에 죽는 상황에 폴생폴사(poll生poll死)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현대정치에서 선거와 여론조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생생히 알게 하는 대목이다.
 
프랑스도 오는 23일과 내달 7일 새 대통령을 뽑느라 설레는 봄을 맞고 있다. 현 올랑드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만큼 무능하거나 비상식적이진 않았지만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가장 인기가 없다. 오독사(Odoxa)가 실시하고 프랑스 엥포가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70%의 프랑스인이 올랑드 대통령을 ‘나쁜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2012년 엘리제에 입성할 때보다 실업자 수가 50여만명 늘었고 경제 성장률은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프랑스인들도 우리만큼이나 새 대통령을 학수고대하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선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치열하다. 더욱이 전진의 엠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FN의 마린 르 펜 후보가 1%포인트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사회당의 브누와 아몽 후보가 시민 대표 장 뤼크 멜랑숑 후보에게 뒤지는 등 대선판은 전례 없이 요동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여론조사는 그 어느 때보다고 성행하고 있고 그 중에는 가짜 여론조사마저 판쳐 유권자를 혼란하게 하고 있다.
 
이에 프랑스 몇몇 언론사는 여론조사에 대한 특집 코너를 만들어 국민들을 교육시키고 있어 눈길을 끈다. 프랑스의 경제지인 레제코는 지난달 2일 “여론조사는 선거에 있어 하나의 필수적인 도구나 되었지만 가끔씩 논란을 일으킨다. 이러한 여론조사는 2017년 대선 캠페인에 흥을 돋우는 것은 사실이다. 미디어는 여론조사에 열광하고 대중은 이를 불신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론조사를 잘 분석하기 위해 조언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이를 통해 ‘어떻게 대선의 여론조사를 읽어야 하는지’를 조명했다.
 
이 신문은 여론조사기관 Opinion Way의 브뤼노 장바르(Bruno Jeanbart) 부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좋은 여론조사와 나쁜 여론조사를 구분하는 법, 여론조사를 읽을 때 의심이 생기면 여론조사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하는 법,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할당표집과 표본의 크기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오류, 그리고 가중치를 줄 때 발생하는 문제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질문지 구성에 있어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조사 결과가 확연히 달라짐을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여론조사가 장래 투표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조사 시점의 여론을 찍는 사진에 불과하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르몽드도 지난 7일자 기사에 ‘대선 : 어떻게 진짜 여론조사와 가짜 여론조사를 구별할까’라는 전면 특집 기사를 냈다. 여기서 르몽드는 프랑스 여론조사위원회가 대선 캠페인 막바지에 성행하고 있는 여론조사를 향해 경보신호를 울렸다고 전하며, 여론조사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다뤘다. 또한 왜 여론조사를 비판적으로 봐야 하는지 설명하고 여론조사 발표 이외에 프랑스인들의 실제 분위기를 살피기 위한 대선 현장 르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언론도 20여일 남은 대선 캠페인을 여론조사로 도배하기보다 현장을 제대로 읽는 르포에 주력할 수 있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여론조사가 놓치는 바닥 민심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또한 여론조사를 국민이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특집코너를 만들어야 한다. 여론조사가 한국선거에서 필수가 되어버렸다면 이제는 국민이 관심을 갖고 제대로 알아야 한다.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이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번 5월 대선을 계기로 여론조사를 둘러싼 업계, 언론, 정부, 그리고 국민의 인식이 대전환을 맞이해 한국 여론조사 또한 장미의 계절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인숙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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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