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사외이사들, '안랩USA' 설립 2차례나 반대

전원반대 무릅쓰고 재상정해 강행…설립 시기·지역 관련 의혹 증폭

입력 : 2017-04-20 오전 7:00:00
 
[뉴스토마토 유희석 기자] 안랩이 지난 2012~2013년 미국법인(Ahnlab USA)을 설립할 당시 사외이사 3인 모두가 2차례나 반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외이사들이 사측의 안건을 전원 반대하는 것이나, 이를 무릅쓰고 경영진이 짧은 기간에 같은 안건을 재상정한 것 모두 매우 이례적이어서 '안랩USA'를 둘러싼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19일 안랩 사업보고서와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 법인정보 등에 따르면, 안랩은 지난 2012년 7월26일 미국법인 설립 안건을 이사회에 처음으로 상정한다. 하지만 3명의 사외이사가 모두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안랩은 9일 후 이번에는 기존 안건에서 완화된 미국 사무소 설립을 제안한다. 사외이사들은 사무소 형태의 진출에는 찬성했고, 안랩은 그해 9월25일 미국에 사무소를 설립했다.
 
안랩은 미국 사무소 개소 이후에도 현지법인 설립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3년 2월13일에도 미국 현지법인 설립안을 이사회에 올렸지만 사외이사들은 여전히 반대했다. 그로부터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3월6일 사외이사들의 입장이 갑자기 찬성으로 바뀌었다. 안 후보는 18대 대선을 포기하고 2012년 12월19일 부인 김미경 교수와 함께 딸 설희씨가 유학 중인 미국으로 떠나 2013년 3월11일 귀국했다.
 
사외이사들이 그간의 반대 입장에서 찬성으로 전격 선회하면서 안랩은 2013년 5월1일 미국법인을 설립하고,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법인등록을 마친다. 미국사무소 설립과 청산, 미국법인 설립은 모두 로스앤젤레스의 한국계 L로펌을 통해 진행됐다.
 
안랩이 처음 미국법인을 설립한 지역은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로, 안 후보가 미국 칩거 당시 가족과 함께 거주했을 곳으로 추정되는 팔로알토 지역과는 자동차로 20분 거리다. 팔로알토에는 설희씨가 재학 중인 스탠포드대학이 있다. 2015년 4월 법인 주소를 옮긴 샌머테이오 지역도 스탠포드와는 차로 20분 거리에 있다. 공교롭게도 안랩이 미국 진출을 처음 시도한 2012년 7월은 설희씨가 스탠포드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한 시기와 겹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딸의 유학 지원을 목적에 둔 법인 설립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는다.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반대하는 안건을 짧은 기간에 반복해서 이사회에 상정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사외이사 의견이 며칠 차이로 바뀌는 것도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너 자녀가 유학 중인 지역에 해외 지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재정 지원을 하는 방식은 과거 대기업들이 자주 쓰던 방법”이라면서 “안랩 미국법인도 설립과정 등을 봤을 때 의문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랩의 미국 진출과 관련된 인사들은 거듭된 취재 요청에도 굳게 입을 다물었다. 당시 안랩 대표와 3명의 사외이사 등은 미국 진출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일부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고, 일부는 연락을 피했다. 김철근 대선캠프 대변인은 "캠프에서는 안랩 미국법인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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