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인재영입서도 보수·호남 동시 잡기 '딜레마'

반기문 측 인사 대거 합류…자칫 보수색 강화될까 '고심'

입력 : 2017-04-16 오후 3:45:29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인재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외연확대를 통해 지지율을 상승시키기 위한 차원에서다. 그러나 영입인사들의 이념적 성향이 다소 오른쪽으로 치우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이끈 지지층이 보수 표심인 만큼 이를 더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보이지만 자칫 보수색 강화로 호남의 민심 이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안 후보 측의 영입 발표 명단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측근 등 중도·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지난 14일 반 전 총장 귀국 환영 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박상규 전 의원과 ‘반기문 캠프’에서 정무특보를 지냈고,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선대위의 대변인을 지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이상일 전 의원이 고문으로 위촉됐다. 서규용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임성준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반 전 총장 측 인사로 선대위에 합류했다. 선대위 법률지원단장으로 합류한 하창우 전 변협 회장은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전부 찬성’으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던 ‘보수’ 성향의 인물이다.
 
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안 후보 측에 모이는 것은 이번 대선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 구도로 굳어지면서 갈 곳을 잃은 보수 표심이 안 후보 측에 점점 쏠리고 있는 것과 흐름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보수 성향 인사들을 가리지 영입할 경우, 보수색 색채가 강화되면서 자칫 역풍에 휩쓸릴 수 있다. 국민의당의 지지기반인 호남 지역의 표심을 끌어안는데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 후보 측은 정치권에서 강성 보수 인사들의 영입은 강력하게 가려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의 의원 영입도 차단하는 분위기다. 이는 안 후보가 국민의당 중심의 집권전략인 자강론을 주장하며 범보수 정당과의 연대를 일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후보 측의 ‘적폐청산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16일 최근 안 후보 측의 인재 영입에 대해 “보수층에는 안 후보가 집권하면 보수와 손을 잡고 가지 않겠느냐는 안심을 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반면 호남이나 진보 진영에서는 안 후보가 집권하면 오히려 진보와 등을 돌리고 보수와 연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며 “어느 쪽의 표 득실이 클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호남 표심은 사람을 중심으로 후보를 판단하기 때문에 자칫 박 전 대통령을 떠올릴 수 있는 인물 또는 과거 새누리당의 성격과 비슷했던 인사를 영입하게 될 경우,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6일 서울 노원구 순복음노원교회에서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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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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