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아픈 두 손가락…부진 털고 도약 날개짓

적자 '위드미' 미래형매장 승부수…쓴맛 본 드럭스토어 '부츠'로 재도전

입력 : 2017-04-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유통업계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이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편의점과 드럭스토어 사업에서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유통사업을 벗어나 식품·주류·외식사업으로 보폭을 넓히며 성공적인 사업성과를 내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이루지 못한 두 가지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편의점'과 '드럭스토어' 사업이다. 두 시장 모두 막강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지만 정 부회장은 여전히 두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며 최근까지도 도약의 발판을 마련 중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계열의 편의점 이마트위드미는 최근 마산신세계점을 오픈하며 매장 수 기준 2000호점을 돌파했다. 지난 2014년 7월 공식 출범한 뒤 2년 9개월여만에 달성한 성과다.
 
이마트위드미는 출범 당시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로열티, 24시간 영업, 중도해지 위약금 등이 없는 '3무 원칙'을 내걸고 출범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른바 '정용진표 편의점'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적은 기대이하였다. 매출은 2014년 291억 원에서 지난해 3784억 원으로 늘어났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선 적자가 계속돼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손실만 752억 원에 달한다. 잇단 적자에 결손금이 쌓이고 자본금은 줄면서 지난해 말 기준 일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지난달에도 이마트(139480)가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그동안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경쟁사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 출점이 쉽지 않았던 것도 당초 목표로했던 성장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편의점 사업에 거는 기대가 여전하다. 출범 당시 손익분기점 도달 기준으로 제시한 점포수 2500~3000개를 넘어서면 본격적인 수익성 제고를 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 부회장은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를 갖춘 이른바 '미래형 편의점'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편의점 3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포화 상태에 들어간만큼 맹목적인 매장 늘리기 경쟁이 아닌 상권별 컨셉트를 갖춘 매장 발굴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이마트위드미는 미국의 '아마존고'와 같은 셀프 계산대, 밥을 직접 짓는 편의점 등 다양한 실험을 시도중이다.
 
지난달 29일엔 스타필드코엑스몰 봉은사역 출구에 있는 '스타필드코엑스몰 1호점'을 오픈했다. 132㎡(약 40평)의 점포 안에는 각종 차별화된 서비스와 상품들로 가득하다.
 
지난해 9월 스타필드하남에 처음 도입된 '밥 짓는 편의점' 콘셉트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며, 신속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국내 편의점 최초로 셀프계산대도 운영 범위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 오픈한 예술의전당점은 현장 분위기에 맞게 '클래식이 흐르는 편의점'을 콘셉트로 휴식공간에 클래식 청음 장비를 갖추는 등 매장별 차별화된 컨셉트화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이마트위드미는 정 부회장이 지난해 "3년 안에 위드미 점포를 500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는 만큼 올해 출점 확대에도 본격적인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신세계의 '드럭스토어'도 정 부회장이 애착을 드러냈지만 최근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사업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드럭스토어시장 규모는 2011년 3000억원대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대로 4배가량 성장했다. CJ올리브영이 1위 굳히기에 들어갔고 GS리테일의 왓슨스와 롯데 롭스가 2위를 다투고 있다.
 
이들 3사에 밀려 신세계는 이마트의 드럭스토어 분스(BOONS)라는 브랜드로 고배를 마신 쓰린 경험이 있다. 2012년 첫 출점한 뒤 현재 매장수가 6개에 불과하며 매년 적자를 내는 등 고전을 거듭 중이다.
 
그러나 최근 신세계는 영국 최대 규모의 드럭스토어 '부츠(Boot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내 독점 운영권을 따내면서 반등의 기회를 마련했고 재도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부츠는 130년 역사를 보유한 영국 최대 규모의 드럭스토어다. 2014년 말 미국 최대 드럭스토어 체인인 월그린에 인수되면서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BA)라는 통합법인으로 거듭났다.
 
이마트는 새 브랜드 '부츠'를 앞세워 '1강(CJ) 2중(GS·롯데)' 체제를 형성한 드럭스토어시장을 흔든다는 방침이다. 우선 오는 5월 스타필드 하남점에 부츠 1호점을, 올 3분기에는 명동 본점을 열고 한국형 드럭스토어 사업모델을 전략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매장의 형태도 ▲주거지역(소형) ▲소규모 도심상권(중형) ▲도심상권(대형)으로 구분해 상권별로 상품 구성 등을 다르게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또 부츠의 자체 브랜드인 '넘버세븐'(NO.7)과 '솝앤글로리'(Soap&Glory) 등 분야별 글로벌브랜드를 매장에 도입하고 피코크, 센텐스 등 이마트 PL(자체기획)상품을 고루 갖춰 기존 드럭스토어와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명동본점은 1256㎡ 규모의 대형전문점으로 출점해 내·외국인을 아우르는 명동의 랜드마크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기존 드럭스토어 분스는 순차적으로 폐점해 부츠로 전면 전환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구상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과 드럭스토어 모두 막강한 사업자들이 버티고 있지만 성장속도가 큰 시장인만큼 후발사업자인 신세계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며 "차별화된 컨셉트로 도전에 나선만큼 마이다스의 손 정 부회장의 능력이 다시금 발휘될지 지켜볼만하다"고 말했다.
 
이마트위드미 매장(왼쪽)과 영국 드럭스토어 브랜드 부츠 매장 전경. 사진/신세계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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