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처음에는 개념도 생소하고, 반신반의했죠. 지금은 애들이 더 좋아해요”
서울에 ‘공영형유치원’이 도입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공영형유치원은 단기간에 국공립 유치원을 늘리기 어려운 현실에서 교육청이 5년 동안 공립유치원 수준의 교직원 인건비와 유치원 운영비를 지원하고, 사립유치원은 공립유치원 수준의 운영과 교육과정을 시도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다만,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법인으로 전화하고, 법인 이사회 절반 이상을 개방이사로 참여시켜야 한다.
2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내 전체 유치원은 882곳으로 이 중 공립 유치원은 208곳(병설 187·단설 21), 전체 유치원의 23%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호와 탄식이 뒤섞이는 공립유치원 추첨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서울 강서구 대유유치원과 서대문구 한양제일유치원을 공영형유치원으로 선정하고, 지난달 13일과 15일 각각 현판식을 진행했다. 조 교육감은 “너무 작은 숫자가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도도한 강물도 작은 샘에서 시작한다”며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저희의 이 작은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공영형유치원’은 새로운 모델로 굳건히 자리 잡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학부모들은 경제적 부담이 줄어드는 동시에 유치원 시설 등이 개선됐다며 대부분 흡족해했다. 서울 강서구 대유유치원에 7살 남자아이를 보내는 백은숙(36·여)씨는 “일단 시설이 다 바뀌니깐 엄마도 좋고, 아이들도 유치원이 좋아졌다고 매일 집에 와서 자랑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비도 줄어드니깐 너무 살 것 같아요. 한 달에 20만원 벌기가 어디 쉽나요”라고 덧붙였다.
대우유치원의 경우 공영형유치원 선정 이후 그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대부분 끝마쳤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강당을 비롯해 계단 벽면 몰딩과 바닥재, 교실 책상 등을 전부 교체했다. 학부모부담금은 기존 약 22~25만원에서 3만원(통학차량 이용 시 4만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3만원도 대부분 학부모들 요구로 진행하는 특성화 수업비 정도로 사용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학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문의도 줄을 잇고 있다. 대유유치원은 한 달 사이 전체 정원이 45명에서 78명까지 늘었다. 상황은 한양제일유치원도 비슷하다. 현재 전체 정원은 48명으로 30명 가까이 증가했다. 최경호(61) 한양제일유치원 행정실장은 “아직은 시작 단계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학부모님들이 많다”며 “다음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전체 정원 64명까지 전부 채워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재 공영형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공영형유치원이 더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미단(41·여)씨는 “병설은 엄마들이 이런 저런 요구를 해도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공영형유치원은 국공립 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장점만 모아놓은 거잖아요. 굉장하다”며 “앞으로도 공영형유치원 모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이균선(44·여)씨는 “이번에 생겨난 공영형유치원 2곳의 사례를 잘 가져가서 다른 지역에도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아직은 시작단계인 만큼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김동균(43) 대유유치원 이사장은 “공립에 계신 분들이 오셔서 교육과정이나 회계 부분에 대한 코칭을 해주시는데, 공립에서 오래 계시다 보니 사립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 공립에 맞춰 얘기하시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견해 차이는 앞으로 줄여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청은 공영형유치원 2곳이 안정화에 접어들면 조 교육감과 협의를 거쳐 추가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미쳐 신청하지 못한 사립유치원에서도 계속적으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분기별 평가와 연간 평가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공영형유치원으로 선정된 서울 강서구 대유유치원 아이들이 학부모와 함께 하원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