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후보 단일화’는 거부하면서도 ‘통합정부론’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호남 표심 이탈은 막으면서 보수층 표심까지 얻으려는 ‘꼼수’ 전략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권을 잡으면 통합정부를 열겠다면서 왜 선거 전 단일화는 극구 거부하는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안 후보의 이런 태도는 결국 자신의 궁색한 처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점이라는 평가가 많다.
안 후보는 25일 열린 4차 TV토론회에서 후보 단일화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질문에 대해 “그럴 일 없다”면서도 “집권 후에는 정말 담대한 협치와 연정을 국민들이 보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통해서 개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전 단일화는 없지만 당선 이후 통합정부를 구성하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모두를 아울러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안 후보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안 후보는 현재 보수 후보, 특히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의 단일화를 적폐 세력과의 동침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집권 후에는 이들 세력과 함께 통합정부를 구성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집권 이후 이들 세력과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적폐 세력과의 동침이 아닌지 정확한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집권 후 통합정부를 주장하는 안 후보가 선거 전 후보 단일화를 극구 거부하는 이유는 결국 현실적인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가 보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입에 올릴 경우 호남과 진보층 표심 이탈은 불 보듯 뻔하다.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장은 “안 후보가 단일화를 언급할 경우 문재인 후보가 과반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며 “안 후보도 보수 후보 단일화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안 후보가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카드가 바로 보수층 표심을 얻을 수 있는 통합정부론인 셈이다. 후보 단일화 거부로 호남 표심을 묶어 놓고, 통합정부론으로 보수층 표심까지 얻으려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의석수 39석 규모의 국민의당이 혼자 국정을 운영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단일화는 거부하면서 공동정부를 주장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모순적인 부분이 있다. 통합정부를 주장하면서 선거 전 단일화는 왜 안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결국 단일화를 이야기하면 호남 중심의 고정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동정부를 할 대상에 대해 어느 정도 개방적으로 가야 하는데 자꾸 폐쇄적으로 간다”며 “문재인 후보는 안희정 세력을 받아들이면서 이런 부분을 강화하는데 안철수 후보는 그것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낭만시장을 찾아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