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장미대선을 12일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급격히 빠지면서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가 무너지고 더불어민주당 문 후보의 ‘1강 구도’가 형성됐다. 여기에 자유한국당 후보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 선거 중간 판세는 1강 문재인, 2중 안철수·홍준표, 2약 심상정·유승민 후보로 재정립되는 양상이다.
2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44.4%를 기록해 22.8%의 안철수 후보를 21.6% 포인트,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따돌렸다. 홍준표 후보는 13.0%를 기록해 안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한 자리 수로 줄였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7.5%,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5.4%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주목할 부분은 각 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돼 본격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이달 초와 비교해 안 후보만 유일하게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점이다.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3~5일 실시한 1주차 조사에서 안 후보는 32.2%를 기록했지만 불과 20여일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빠졌다.
리얼미터 측은 “안 후보는 지난 10일까지 8일 연속 상승했다가 이후 26일까지 11일 연속 하락하고 있다”며 “호남에서 30%대 초반으로 내려가는 등 모든 지역, 연령, 이념성향에서 일제히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인사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자신에게 일시적으로 쏠렸던 ‘반문(문재인)표심’을 ‘친안(안철수)표심’으로 바꾸는 데 실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초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 황교안→ 안희정으로 이동하던 반문표심이 안 후보에게 이동한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했다. 그렇지만 안 후보가 ‘문재인 대항마’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반문표심이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났다는 설명이다.
다만 안 후보에서 이탈한 반문표심은 새로운 구심점을 찾기보다 세대별·이념별로 다양하게 분화되는 모습이다. 50대·보수층은 홍준표 후보로의 이동 양상이 뚜렷하다. 50대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39.2%→28.9%로 하락할 때 홍 후보는 9.6%→18.3%로 상승했다. 보수층에서도 안 후보는 34.0%→25.1%로 지지율이 빠졌지만 홍 후보는 32.2%→38.5%로 올라 보수진영 1위 후보로 올랐다.
20대 지지층은 심상정 후보와 유승민 후보로 이동했다. 안 후보의 20대 지지율이 22.1%→11.1%로 반토막 나는 동안 심 후보는 6.5%→17.1%, 유 후보는 2.1%→10.2%로 급등했다. 진보진영 지지층은 심 후보와 문 후보로 쏠리는 모양새다. 안 후보 지지층은 23.8%→11.2%로 급감했지만, 문 후보는 63.2%→70.0%로, 심 후보는 5.9%→10.6%로 상승했다.
정치평론가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안 후보가 과거의 ‘새정치’와 같이 기존의 정치구도를 뛰어넘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했고, 오히려 보수와 진보 양쪽 눈치를 보다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며 “또 TV토론회 과정에서도 믿음직한 차기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 점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의도 관계자는 “대선 날짜는 점점 다가오는데, ‘문재인 대세론’은 갈수록 강해지는 느낌”이라며 “문 후보 본인이 국민 여론을 뒤집을 수준의 커다란 실수를 하거나 정계개편 수준의 반문연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 후보로의 정권교체가 유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기존 여론조사 방식과 달리 인터넷 빅데이터를 이용해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예측해 화제가 된 ‘구글트렌드’에서도 문 후보의 우세, 안 후보의 하락세, 홍 후보의 상승세가 확연히 드러난다.
27일 기준 구글트렌드의 ‘지난 30일간 시간 흐름에 따른 관심도 변화’에 따르면 안 후보는 각 당의 경선이 마무리된 3일을 기점으로 대중의 관심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문 후보에게 추월당하고, 각종 TV토론회가 진행된 22일을 전후해 홍준표 후보와 2위 자리를 두고 경합하고 있다.
여기에 오후 3시40분 기준 문 후보의 주요 급상승 키워드가 ‘문재인 1번가’, ‘문재인 펀드’ 등 긍정적인 키워드인 반면 홍준표 후보는 ‘홍준표 사퇴’, ‘홍준표 돼지 발정제’, 안철수 후보는 ‘안철수 조폭’, ‘안철수 유치원’ 등 부정적인 키워드로 나타나 차이를 보인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