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돋보기)보육, 국가 책임 강조…"재원조달 방안 부족"

문재인·안철수 보육공약 점검…전문가들 "시대적 요구에 맞지만 실효성 의문"

입력 : 2017-04-27 오후 5:07:32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선주자들의 공약 가운데 예산이 많이 드는 대표적인 것이 보육 공약이다. 특히 보육 공약 가운데 누리과정(만 3~5세 교육비) 예산은 올해 유치원(1조9049억원), 어린이집(1조9245억원) 등 총 3조9000억원 규모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비용을 국가예산이 아닌, 시·도 교육청(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떠넘겨 사업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유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모두 한 목소리로 누리과정 예산의 국가 책임을 약속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보육 공약과 관련해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지만 아동수당 도입과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등 큰 틀에서의 정책적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현 시대에 걸맞는 공약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동시에 재원 마련 방안과 구체적 실행 방법 등의 부족으로 추진 과정에서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안철수 후보는 27일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 재정으로 전액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누리과정을 비롯해 보육·교육문제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다시는 누리과정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고 학부모님들이 마음을 졸이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후보도 지난 14일 “누리 과정은 국가가 책임지고 더 이상의 보육 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보편적 복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아동수당과 관련해 두 후보 모두 ‘월 10만원 지급’을 공약했다. 다만 아동수당을 받는 수혜대상 조건이 다소 차이가 있다. 문 후보는 “0세 갓난아기부터 만 5세 아동까지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만 5세까지 우선 지급하고 단계적으로 확대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후보도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대상은 만 0~11세로 문 후보보다 지급 연령 기준이 확대됐다. 단, 안 후보는 “소득 하위 기준 80% 대상으로 지급하겠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려야 된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두 후보의 생각은 같았다. 문 후보는 “임기 내에 국공립 어린이집, 국공립 유치원, 공공형 유치원에 아이들의 40%가 다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0∼6세 영·유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과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 모두 국공립 비율을 40%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확충하는데 방점을 뒀지만 목표 수치를 다소 달리 설정했다. 먼저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 비율을 현행 11%에서 20%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나아가 전국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6000개 학급을 추가 설치해 공립 유치원 이용률을 40%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최근 안 후보의 ‘유치원’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보육 정책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두 후보 모두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에도 신경 썼다. 문 후보는 “보육교사 8시간 근무제를 추진하고 대체교사제를 확대해 과도한 업무를 막겠다”고 강조했고, 안 후보도 보육교사의 1일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명시하고 어린이집 보조교사를 확대해 보육교사의 업무 부담을 대폭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두 후보의 보육 공약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현금 복지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보육 공약 관련해서 복지 혜택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재원 마련에 대해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이날 “중앙정부가 재원을 부담하려면 어디서 이 돈을 마련할 것인지 이야기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일이 그대로 반복된다”며 “누리과정 예산 추진 과정에서 또다시 부모님들의 가슴에 상처를 낼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또 재원조달 방안과 관련해 예산 편성의 우선순위가 불분명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사무총장은 “두 후보 모두 (노인)기초연금과 아동수당 도입을 제시하는 등 세대별로 정략적으로 내놓은 공약들이 많다”며 “하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다. 세대별 복지공약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순위에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순위를 두지 않으면 예산 집행과정에서 세대 간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우려했다.
 
보육 공약을 현실화하는데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보육 공약으로서는 대부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제출돼 있는데 실행 방안들은 아직도 너무 포괄적이고 원칙적인 부분이 있다”며 “실제 보육시설의 경우 어떤 경로로 공공인프라를 늘릴지에 대한 목표치만 나와 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문화거리 유세에서 엄지척을 하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같은 날 광주시 전남대 앞에서 열린 국민승리 유세에서 손가락으로 기호를 만들며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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