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주환원 확대로 방향타 설정

삼성, 자사주 소각에 분기배당제 도입…주주 관리에 배당금 노린 이중포석

입력 : 2017-05-01 오후 3:36: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재계가 주주친화 정책으로 방향타를 고쳐 잡았다. 삼성은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할 지주회사 전환을 백지화함에 따라  향후 적대 지분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주주친화 정책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총수일가가 지배기업을 통해 합법적으로 배당금을 확보하고, 경영권에 대한 주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도 주주환원은 유효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주당 7000원의 분기배당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총액은 9723억7269만5000원으로 이달 17일 지급된다. 이번 배당은 삼성전자가 올 1분기부터 분기배당제도를 도입하면서 실시됐다. 배당 지급이 즉각적으로 이뤄져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시장의 기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게다가 배당주 투자가 활발한 측면을 고려하면 향후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특히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3.3%를 차지하는 자사주 전량을 내년까지 2회에 걸쳐 분할 소각하기로 했다. 주식 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급등이 기대된다. 의결권 부활을 노렸던 자사주 전량을 소각,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말소하면서 인적분할 등의 불확실성도 사라졌다. 주가 안정과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지난달 28일부터 2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나섰다. 오는 7월27일까지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한다.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 포기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상승이 제한됨에 따라 해외 투자자 등 잠재적 적대 지분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주주친화 정책은 필연적이라는 평가다. 당초 지주사 전환은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지분 0.6%) 등 총수일가의 지분이 4.9%에 불과해 지배력 강화 방안으로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보유 지분 3.6%는 향후 상속세 납부 등으로 약화될 소지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순환출자 리스크도 삼성의 지배구조 불안감을 부추긴다. 삼성은 일단 점진적으로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순환출자를 통한 경영권 유지가 불가능해지면 이 부회장이 대안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확대할 필요성도 높아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17년까지 주주환원 정책은 이미 발표했고, 이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정책을 검토 중”이라며 “이와 관련해 올해 안에 주주들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기업들에서도 배당성향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1870곳 중 배당을 실시한 1037곳을 조사한 결과, 배당성향은 35.6%로 전년 대비 7.1%포인트 높아졌다. 배당성향이 30%를 넘은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상장사 배당액의 45%는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에서 나왔다.
 
이는 배당 중심의 글로벌 흐름과 무관치 않다. 많게는 과반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로 총수일가가 현금을 확보할 수단이 배당으로 축소된 영향도 있다. 다수의 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해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지배기업을 중심으로 배당이 집중되는 현상이 부각된다.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배당소득 증대세제도 배당성향 증대 요인으로 꼽힌다. 오는 2018년부터는 등기임원 여부와 관계없이 보수총액 기준 상위 5명의 보수를 사업보고서에 공개해야 한다. 지급 근거의 설득력이 떨어질 경우 주주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다. 이래저래 주주들의 입김이 커지게 됐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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