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배터리 중국행…한국 ‘속앓이’

LG화학·삼성SDI '사면초가'…중국 탈피 근본대책 절실

입력 : 2017-05-03 오후 5:54:27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라인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중국발 배터리 이슈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규제의 암초를 만나 정상화 시점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그 사이 중국의 자급력 확대와 더불어 미국과 일본의 대륙 진출이 활발해졌다. 사면초가다.
 
3일 관세청에 따르면, 자동차에 주로 쓰이는 한국산 리튬폴리머전지의 대중국 수출은 올 들어 3월까지 실적이 전무하다. 중량 기준 지난해에는 855톤이 수출됐다. 내심 흑자를 기대했던 LG화학과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중국발 악재로 부진을 이어갔다. LG화학은 1분기 소형전지와 전기차 전지를 합산해 1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배터리 업체로 사업구조를 개편한 삼성SDI 역시 673억원의 적자로 허덕였다.
 
양사는 최근 사드 문제까지 겹치면서 중국 당국의 규제가 좀처럼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LG화학은 중국의 배터리 보조금 규제를 피해 비보조금 시장인 저압배터리나 HEV(하이브리드차) 배터리, 한국 수출물량을 중국 공장에서 가동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SDI도 중국 시안공장 배터리 생산품을 유럽으로 돌렸고, 생산라인의 비용절감도 병행 중이다.
 
한국이 발목을 잡힌 사이 미국과 일본의 중국 진출은 활기를 띤다. 세계 2위 전기차 업체인 미국 테슬라는 최근 중국과 전기차 합작 생산법인을 짓기 위해 협상에 돌입했다. 앞서 엘론 머스크 CEO는 2017년 또는 2018년에 중국 현지 전기차 생산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는 지난달 일본 히타치금속과 중국 난퉁 소재 전기차용 자석 생산공장도 출범했다. 연산 2000톤의 공장은 테슬라의 7월 신차 출시와 맞물려 중국내 테슬라의 입지를 강화시켜줄 것으로 관측된다.
 
테슬라는 지난해 7월 자체 배터리 생산공장인 기가팩토리를 착공, 일부 생산라인은 가동 중이다. 총 5조7000억원 규모가 투입되며, 내년까지 완공돼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제2공장 증설도 검토 중이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게 테슬라는 더 이상 고객사가 아니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설립에 힘을 보탠 일본 파나소닉은 이달 1일 중국 다롄에 단독 배터리 공장을 지었다. 중국 내 판매되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담당한다. 중국의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해 기존 노트북, 휴대전화용 배터리 공장도 일부 전기차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만리장성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은 대신 미국과 유럽시장 점유율 방어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1위는 파나소닉으로, LG화학(2위)과 삼성SDI(4위), SK이노베이션(6위)이 추격하는 모양새다. 세계 시장으로 넓혀보면 중국 BYD가 부동의 1위로, 2위 파나소닉을 제외한 톱5가 모두 중국 업체다. LG화학과 삼성SDI는 6위와 9위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중국 배터리 규제는 한국산 견제가 목적으로, 제3국 진출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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