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부터 찾아 진솔하게 협조 요청…"이런 대통령을 기다려왔다"

첫 일정으로 야4당 만나 몸 낮춰…야권 지도부도 "성공 기원한다" 화답

입력 : 2017-05-10 오후 4:22:51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10일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첫 정치일정을 야당 대표들을 직접 찾아가 국정협조 요청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초반 공언해왔으나 결국 공염불에 그쳤던 통합·협치를 현실화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 이철우 사무총장 등을 만나 10여 분간 환담을 나눴다. 현직 대통령이 야당 당사를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선거가 끝났으니 다시 나라를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국회를 존중하고, 국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야당과도 대화하고 때로는 타협도 하며 국정 동반자로 하기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선거운동 기간 중 ‘적폐세력’으로까지 규정했던 한국당 당사를 직접 찾아 지도부를 만나는 것만큼 문 대통령의 통합의지를 나타내는 장면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도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한국당 방문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안보문제, 한미동맹 부분에서 한국당에서 조금만 협력해 주신다면 잘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말로만 협력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안보에 관한 중요한 사안들은 야당에게도 브리핑하고 중요한 정보를 공유해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자신에게 제기하고 있는 ‘안보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감안해 정책 수립 과정에서 협조를 구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한국당 방문 후 이어진 국회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대표실 방문에서도 문 대통령의 낮은 자세는 이어졌다. 대선 기간 중 각 당이 내놓은 공약이 유사함을 강조하고, 논의 과정에서 지혜를 모아달라는 기조의 발언이 주를 이뤘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의당도 저도 대선기간 중 공약을 많이 냈는데 사소하게 다르더라도 기본목표가 같은 공약이 많다”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금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뿌리가 같은 정당이기에 더욱 특별한 협력을 바라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를 만나서는 “정의당이 요구하는 진보정책을 민주당과 제가 다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가치 면에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며 “정의당이 제시하는 가치들이 우리 정치에 많은 영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의석 수가 120석에 불과하고 국회가 다당체제인 점을 감안한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협조를 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 대표들은 “모든 국민을 하나로 보시고 ‘태양이 비치지 않는 곳이 없다’는 말처럼 모든 국민을 사랑해달라”(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외로워하고 지친 국민을 보듬어 안는,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노회찬 원내대표)고 화답했다. 박 대표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아침 회의마다 비판, ‘문모닝’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던 점을 감안한 듯 “오늘 아침은 굿모닝으로 시작한다”는 말로 분위기를 밝게 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기조가 임기 내내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다. 문 대통령은 “야당 당사와 지도부를 방문하는 것이 일회적인 일이 아닌, 앞으로 5년 내내 하는 자세로 집권해 나갈 것”이라며 지속적인 협치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정우택 원내대표(왼쪽 세 번째)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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