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성은 기자]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등이 최근 신차효과를 통해 판매량 증가추세를 띄고 있지만 연구개발비 투자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올해 판매부진에도 불구하고 투자비를 늘리면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이같은 연구개발비 투자 감소는 향후 신차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구개발비용은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을수록 연구개발비용을 오히려 늘려야한다는 지적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 등 외국계 완성차업체들이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삭감하고 있다. 반면 판매량은 증가 추세다.
한국지엠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6141억원으로 전년(6498억원)보다 357억원 줄었다. 이는 5.49%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18만275대를 판매, 2002년 회사 출범 이래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이전까지의 연간 최대 내수판매 기록은 2015년의 15만8404대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시장에서 총 1만8313대를 팔아 회사출범 이래 최대 월간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르노삼성도 이와 비슷한 실정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1436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으며 이는 전년도 보다 55억원 줄어든 수치다. 연구개발비는 줄어들었지만 판매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전년보다 12% 증가한 총 25만7345대를 판매했다. 특히 내수판매의 경우 판매 목표였던 10만대를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쌍용차(003620)도 지난해 1555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으며 전년도 대비 104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의 선전과 노사 화합에 힘입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극적인 흑자 전환에 성공한 기조로 보자면 신차개발을 통해 더 탄력을 붙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지난해 다소 부진한 속에서도 연구개발비로 늘린 현대·기이차와 대조적이다. 현대차는 2조3522억원을 기아차는 2조1724억원을 투자해 전년대비 각각 8.3%, 8.1%를 늘렸다.
이에 주로 외국계 기업이 소유한 완성차업체들이 신차 개발보다는 기존 제품의 내수시장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순한 판매량 증진 외 국내 고용과 투자에도 기여하기위해선 연구개발비를 늘려 신차개발에 힘써야한다. 신차 한 대를 내놓기 위해서는 최소 3~4년의 개발기간이 소요되고 수천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간다. 신차 개발보다는 현지 조립공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연구개발비를 늘렸다고 해서 그 결과가 당장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판매량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이에 완성차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흥하는 다양한 신차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된 쉐보레 말리부 상품성 강화 모델이 조립 라인을 거쳐 최종 검수라인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