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가 22일 회동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과 운영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키로 했다. 또 앞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정례 회동을 갖고 각종 현안들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정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정우택, 국민의당 김동철,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견례 회동을 갖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회동 직후 우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월요일마다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모임을 정례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모임은 정례화하고 각 당 원내대표들도 필요에 따라 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대해 “여·야·정 틀을 어떻게 구성할지 논의를 해나가겠다”며 “당 차원에서 보면 정책위원회를 포함시켜야 하고, 청와대는 전병헌 정무수석 등을 포함해 논의의 틀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각 당 원내수석부대표들도 회동을 열고 실무 논의에 들어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은 “첫 회동이라 일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배려하고 원만하게 끌고 가자는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협의체 안을 만들면 우리가 그것을 협의하자는 수준”이라고 회동 결과를 전했다. 저녁에는 정 의장과 4당 원내지도부들이 서울 모처에서 만찬을 열고 협치 분위기를 이어간다.
일단 여야 각 정당이 협치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현재 그 어떤 당도 국회 과반이 안 돼 다른 당의 협조 없이 단 하나의 법안 처리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 의석수는 민주당 120석, 한국당 107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 정의당 6석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여야 논란이 있는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밀어붙이려면 국회선진화법(재적 3분의 2)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지만 민주당이나 한국당 등 어느 한 당이 작심하고 반대하면 통과가 절대 불가능한 구조다. 또 정권교체 후 국민들의 개혁과 변화 열망이 강한 것도 각 당이 협치에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오는 29일부터 6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가운데 각 당은 지난 대선 기간 후보자들의 견해차가 크게 없는 공통 공약들부터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개혁 ▲국회 일부 세종시 이전 ▲영세업자 카드수수료 인하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미세먼지 해결 등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도입시기나 적용범위 등을 두고 각 당의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 조정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야당에서 일종의 정책 ‘바터’(물물교환)를 여당에 요구할 경우 협상이 더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의 ‘공약1호’ 공공부문 일자리를 위한 10조원 규모 추경 편성,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재벌개혁을 위한 상법개정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회 비준 문제 등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여야 입장차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문 대통령의 거침없는 개혁행보에 보수 야당의 불만이 갈수록 커져가는 것도 주목된다. 최근 문 대통령은 ‘업무지시’ 형태로 국정교과서 폐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4대강 사업 감사 등을 지시했다. 야권에서는 ‘전임 정권의 흔적 지우기’라는 불만이다.
이날 오전 국회 의장실 회동에서도 각 당은 협치를 말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집권여당 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와 제1야당 한국당의 정우택 원내대표 사이에선 가벼운 신경전도 벌어졌다.
우 원내대표는 자신의 별명을 ‘알알부남’(알면 알수록 부드러운 남자)으로 소개하며 “협치는 필수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야당과 협력하고 충분히 이야기를 듣겠다”며 “외교·안보와 경제·민생에서 어려움에 처해있기 때문에 정파를 초월해 협력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제가 부드러운 남자인줄 알았는데, 더욱 부드러운 여당 원내대표가 오셨다. 제가 이제 ‘까국남’, 까칠한 국회 남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여당은 넓은 아량을 베푸는 것이 덕목이다. 앞으로 저희가 까칠하고 부드럽지 못한 입장에 설 수도 있겠지만, 여당에서 협치를 잘 이끌었으면 한다”고 받아쳤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정세균(왼쪽 세번째) 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가 기념촬영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 의장,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