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진품으로 판정한 수사에 불복해 유족이 제기한 항고를 기각했다. 천 화백 유족의 공동변호인단은 미인도 사건의 항고와 관련해 지난 23일 서울고검으로부터 기각 통지서를 받았다고 24일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번 항고 기각 결정에 대해 재정신청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변호인단은 이날 "통지서에는 단 한 줄 항고를 기각한다는 취지만 기재돼 있을 뿐 판단의 이유가 설명돼 있지 않아 놀라고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비록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묻혀 있었으나,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사정과 이 사건 자체의 중대성에 비춰 보면 검사가 자신의 판단 이유를 아무것도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완전히 무성의하게 처리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또 "항고 기각이 부당한지 부당하지 않은지 논하기에 앞서 이토록 중요한 사건을 그처럼 가볍게 처리하고 만 서울고검 검사의 결정에 직무 태만의 흔적이 역력함을 지적한다"며 "수없이 제출한 보충 증거, 전문가 진술서, 뤼미에르 광학 연구소의 추가 검증 결과 등 변호인단이 제출한 모든 증거를 열어보지도 않은 것이 역력하고, 심지어 미국에 살고 있는 항고인이 급거 귀국해서 면담 신청을 해도 거부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 컬리지 교수는 지난 16일 한국에 입국한 후 다음날인 17일 서울고검 청사를 방문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그동안 수사 결과라든지, 고소인의 진술을 듣고 싶다는 의견이 없었다"며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에게 계속 변호인이 연락해서 진술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는데도 만나주겠다는 연락이 없어 찾아온 것"이라며 "면담은 절대로 못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김 교수가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관장 등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 6명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2월19일 정모 전 학예실장만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고, 나머지를 혐의없음으로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면서 작품 소장이력 조사,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미술계 전문가 자문, 현대미술관 관계자의 조사 내용 등을 종합해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발표했다.
김 교수는 "검찰이 객관적인 증거에 대해 제대로 된 반박을 내놓지 못하고, 오히려 통계를 조작했다"면서 올해 1월27일 검찰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검은 지난 18일 "이 항고 사건의 피의사실과 불기소 처분 이유의 요지는 불기소 처분 검사의 불기소처분결정서 기재와 같으므로 이를 원용하는바 일건 기록을 세밀히 검토한 결과 이 항고는 이유 없다"며 항고 기각을 결정한 후 변호인단에 통지서를 보냈다.
지난달 18일 경기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관계자가 위작 논란이 일고 있는 '미인도'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