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추도식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진입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오전부터 추도식장 주변 도로는 전국에서 몰려든 차량들로 정체가 심했다. 차를 멀리 대고 추도식장 3km 전부터 걸어가는 사람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오전 8시 행사장에 도착했다는 박말선(72·부산 기장)씨는 “추도식에 매년 왔지만 올해는 특히 새벽부터 준비했다”며 “12시쯤 자리는 이미 만석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 참석인원만 노무현 재단 추산 역대 최다인 1만5000명, 봉하마을 방문객 수까지 더하면 5만명으로 역시 최고 기록이었다.
추도식 주제는 ‘나라를 나라답게, 사람사는 세상’이었다. 문 대통령의 지난 대선 기간 중 선거운동 구호였던 ‘나라를 나라답게’에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글귀 ‘사람사는 세상’을 합쳐놓은 셈이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며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며 “애틋한 추모의 마음이 많이 가실만큼 세월이 흘러도 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이름을 부른다”고 언급했다. 지난 대선 결과를 의식한 듯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는 말도 했다.
문득 노 전 대통령의 지난 2002년 11월 부산국민참여운동본부 발대식 발언이 떠올랐다. “말은 떠듬떠듬 유창하지 않게 원고를 보면서 읽었습니다만 저는 제가 아주 존경하는, 나이는 저보다 적은 아주 믿음직한 친구 문재인이를 제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추도식은 예년에 비해 차분하면서도 밝은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문 대통령 당선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전 추도식에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날선 비판을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는 삭발한 채로 나타나 “최근 탈모현상이 심하게 일어나서 방법이 없었다. 정치적 의사표시가 아니다”는 말로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도 추도사 마지막에 “여사님과 유족 여러분도 이제 슬픔을 거두시기 바란다. 활짝 웃으시라”며 분위기를 바꾸는 모습이었다. 임 전 의장의 “바위에 계란치기 그만하십시오. 거드름도 피우세요. 술도 드십시오”라는 말에 한 추모객이 “담배도 마음대로 피우시고요”라고 맞장구치자 사람들이 따라 웃기도 했다.
추도식 후 문 대통령 내외와 이해찬 노무현 재단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은 노 전 대통령 사저로 올라가 권양숙 여사와 환담했다. 추 대표는 환담 후 기자들을 만나 “정말 마음속으로부터 즐거워하시며 수고 많았다는 위로와 앞으로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해주셨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의 꿈인 국민통합이 간단치 않은 과제임을 증명하는 장면도 일부 목격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추도식에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권한대행 대신 박맹우 사무총장을 보냈다. 이에 대해 추 대표는 “묘역이 멀기 때문에,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실 수 없었지 않았나 이해한다”며 “하나된 국민의 역량을 모으지 않고서는 어떤 난관도 돌파할 수없다는 시대과제 앞에서는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각 당 지도부 인사들이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해 =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