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새정부의 기본료 폐지 공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정부의 비정규직 철폐 기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협력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도 과제가 산적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기본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가계 통신비 절감 공약의 첫 번째 공약이다. 한 달에 1만1000원씩 내는 기본료를 폐지해 데이터보다 음성 통화를 주로 사용하는 노년층이나 사회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2세대(2G)와 3세대(3G) 가입자부터 기본료를 폐지한 후 4세대(4G) 가입자까지 요금 경감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2G 가입자는 330만명, 3G는 1120만명으로 2G와 3G를 합한 가입자 규모는 약 1450만명에 달한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6202만8407명의 23.4%에 달한다. 28일 이통 업계 관계자는 "2G와 3G 휴대폰은 어르신뿐만 아니라 업무용으로도 아직 꽤 많은 분들이 사용한다"며 "기본료를 폐지하면 4G로의 이동을 더욱 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명의 가입자라도 남아 있을 경우 해당 주파수는 2G나 3G용으로 남겨둬야 한다. 2G와 3G의 주파수 자원을 최대한 이른 시간에 4G나 5세대(5G) 통신으로의 전환에 나서야 하는데 투자 시기가 늦춰진다는 것이 이통사의 주장이다. 또 기본료 폐지로 3사 합계 1조원 수준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취재진에게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추겠다"면서도 "(이통사들은) 아직 투자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가 쌓였다.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를 6월중 설립해 5200여명의 협력사(홈센터) 설치·사후서비스(AS) 기사들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당장 직원들이 없어지게 된 협력사들이 문제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지난 26일 홈센터 대표 9명과 간담회를 열고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업무 위탁 계약 종료 의사를 표명한 협력사 대표에게는 적정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자회사 정규직(센터장)으로 채용하거나 유관사업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사장은 "자회사 설립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센터장들과의 최종 합의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032640)는 협력업체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을 하고 있다. 72개의 LG유플러스 협력업체들의 직원 2500여명 중 일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지난해부터 진행 중이다. 협력사들은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늘어나는 비용만큼 매출이 늘지 않으면 회사는 그만큼 부담"이라며 "협력사들의 재무상태가 나빠지는 것은 원청인 LG유플러스의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지원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