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공공기관 결재권자의 직인 담당자를 속여 공문서에 직인을 날인했다면 공문서위조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원심은 직인 담당자가 해당 공문서에 결재권자의 직인을 날인할 권한이 있어 무죄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업무상배임·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5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허위의 내용이 기재된 수정합의서를 기안해 작성권자인 전투비행단장의 결재를 받지 않고 이를 모르는 단장 명의 직인 담당자로부터 단장 직인을 날인받아 수정합의서를 완성한 행위는 형법 제225조에서 정한 공문서위조죄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문서를 행사한 행위는 형법 제229조에서 정한 위조공문서행사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또 "작성권자의 직인 등을 보관하는 담당자는 일반적으로 작성권자의 결재가 있는 때에 한해 보관 중인 직인 등을 날인할 수 있을 뿐"이라며 "다른 공무원 등이 작성권자의 결재를 받지 않고 직인 등을 보관하는 담당자를 기망해 작성권자의 직인을 날인하도록 해 공문서를 완성한 때에도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하지만 원심은 피고인이 허위의 내용이 기재된 수정합의서를 기안해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단장 명의 직인 담당자로부터 직인을 날인받은 것을 작성 권한이 있는 자의 결재를 받은 것으로 잘못 판단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문서위조 부분과 위조공문서행사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며 "원심은 공문서위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투비행단 체력단련장 관리사장으로 근무하며 시설 관리 운영 업무를 총괄한 이씨는 2012년 5월 부대복지관리위원회 심의의결 없이 합의서 내용 중 시설투자비를 임의로 변경한 수정합의서를 작성·출력했다. 이후 전투비행단장의 결재를 받지 않았는데도 결제받은 것처럼 단장 명의 직인 담당자를 기망해 수정합의서에 날인하도록 한 다음 부대 내 골프장 전동카트 설치 공사업체에 진짜 문서인 것처럼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은 이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이씨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