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물속에서도 신호·사진 전송 OK"…수중통신망 시험장 가보니

SK텔레콤, 수중 데이터 전송 시연…2021년까지 수중통신망 실험망 구축

입력 : 2017-05-31 오전 9:00:00
[인천=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30일 인천 남항에서 약 7km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 파고가 0.5m에 그쳐 호수처럼 잔잔한 이날 두 척의 배가 약 800m의 거리를 둔 채 떠 있다. 겉으로 보기에 한없이 한가롭지만, 배들은 물속을 통해 데이터들을 주고받으며 수중통신망 시험에 한창이다.
 
이곳은 SK텔레콤(017670)과 호서대학교 등 13개 기관들이 참여한 '분산형 수중 관측·제어망 개발사업'을 위한 시험 현장이다. 해양수산부 주관의 이 과제는 수중에 각종 센서와 기지국을 설치하고 수면위의 통신 부표와 연계해 각종 수중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2015년부터 오는 2021년까지 진행되며 국비 260억원, 민자 40억원 등 총 300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된다.
 
1~3년차에는 해상 통신 부표와 수중 기지국간 통신 시스템을 개발하고, 4~5년차에는 수중 기지국과 각 센서간의 통신 시스템을 개발한다. 5년째에 접어들면 해상 통신 부표와 수중 기지국, 센서간의 통신 시스템을 통합하고, 6~7년차에 수중망과 육상 통신망을 연동하는 테스트 베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수중 관측·제어망 개요도. 사진/SK텔레콤
 
 
수중통신망은 수중의 센서·기지국·통신 부표로 구성된다. 바다 속 바닥에 기지국을 설치하고 기지국 주위에는 각종 센서들이 자리한다. 각 센서들이 수집한 데이터는 기지국으로 모인다. 기지국들이 모은 데이터는 수면 위의 해상 통신 부표로 전송된다. 이 데이터가 위성과 LTE 등의 통신망을 거쳐 지상으로 전송되는 구조다. 물속에서는 음파, 공기 중에서는 전파를 이용해 데이터가 전송된다.
 
이날 시연에서 한 척의 배는 수중 기지국을, 또 다른 배는 해상 통신 부표의 역할을 했다. 한 쪽 배에서 'Welcome Press'라는 문자를 전송하고 다른 배에서 문자를 확인하기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또 수중의 해류 속도 등 각종 지표들이 상황판에 그래프로 나타났다. 상대편 배에서 전송한 3장의 컬러 사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센서가 설치돼 수집된 것은 아니며 기지국 역할을 하는 배에서 만든 임의의 값을 송신한 것을 보여주는 형태로 진행됐다. 기존에 수중 사진 전송은 흑백만 가능했지만 컬러 사진도 보내고 받을 수 있게 됐다. 수중 드론 등이 찍은 사진을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고학림 호서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수중 음파는 1초에 1500미터 전달된다"며 "수중의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 지진 등의 전조 신호를 빠르게 알고 대비할 수 있으며, 각종 환경 모니터링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장으로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수중 통신에 가장 열악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서해는 바닷물이 유독 혼탁하고 수심이 얕다. 고 교수는 "이곳에서 통신에 성공하면 다른 해역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란 생각에 시험장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공동연구팀원들이 수중 통신에서 데이터를 수신하는 역할을 하는 음파수신 장비를 바다 속으로 내리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수중 통신으로 전달된 가상의 지진 경보를 특수장비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SK텔레콤과 호서대 등 연구기관들은 오는 7월까지 실험망을 구축할 실제 해역의 상황을 파악하고 9월 실증 시험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10월에는 수중 기지국과 해상 통신 부표 사이의 데이터 송수신을 담당할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고 교수는 "기지국 하나의 커버리지가 반경 5km"라며 "주요 항만이나 연근해 등 필요한 곳에 기지국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한 번에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최대 40kbps이며 기지국에 쓰일 배터리 수명은 3년 정도"라며 "실험망은 당진 앞바다에 구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수중통신망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유럽연합(EU)은 수중 사물인터넷(IoT)을 위한 'SUNRISE'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미국은 수중통신망 프로젝트인 'SeaWeb'과 'Ocean-TUNE'을 진행 중이며, 일본은 지진·쓰나미 관측을 위한 수중 통신망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인천=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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