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한미약품(128940)이 개량·복합신약 분야에서 R&D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차별화된 제품들의 허가는 물론 주요 제품들의 임상 3상 결과들이 세계적으로도 호평받고 있다. 개량·복합신약의 캐시카우가 혁신신약에 고스란히 투자돼 한국형 R&D 구축했다는 평가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전립선비대증, 발기부전 동시치료 복합제인 '구구탐스'의 임상 3상 결과를 세계 최대 규모 비뇨기과학회인 미국 AUA(American Urological Association)에서 구연 발표했다.
국내 제약회사가 개발한 복합제의 임상 결과가 세계적인 학회에 구연 발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로 떠올랐다. 전세계 비뇨기 전문의들에게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새로운 옵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구구탐스 임상 3상 결과는 작년 중국에서 열린 세계 성의학회에서 임상부문 최우수 연제상을 받기도 했다.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70% 이상이 발기부전을 동반하고 있지만, 그동안 전립선비대증 중심으로만 처방이 이뤄져 왔다. 또 발기부전 치료에 쓰이는 '타다라필5mg'이 전립선비대증에 적응증(적용질환)이 있으나, 환자들의 획기적인 삶의질 개선에는 두가지 이상의 약물을 병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번 AUA에서 발표된 구구탐스 임상 3상 결과는 이 같은 환자들의 불편을 개선하면서도, 의료진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하는 계기가 됐다.
한미약품은 양성전립선비대증(BPH)과 발기부전(ED)을 동반한 한국인 남성환자 510명을 총 3개군으로 나눠 타다라필 5mg 단일요법을 대조군으로, 탐스로신염산염 0.2mg 및 0.4mg과 타다라필 5mg을 각각 결합한 복합제를 1일 1회 12주간 투약한 후 비교 관찰했다.
임상 결과, 탐스로신염산염 0.4mg 복합제 투여군에서 대조군 대비 IPSS(국제 전립선 증상 점수)가 약 27% 더 감소됐으며, 성기능 개선 효과는 비열등함을 확인했다. 다만, 탐스로신염산염 0.2mg 복합제는 대조군과의 IPSS 개선 효과 비교에서 통계학적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구구탐스의 IPSS 감소 및 성기능 개선효과를 입증했으며, 전립선비대증 및 발기부전을 동반한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전세계 최고 전문가들 앞에서 한미약품의 복합신약 개발 역량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천식+알레르기비염 복합제 등 차별화된 제품 '봇물'
한미약품은 올해 차별화된 복합신약들을 잇따라 허가받았다. 골다공증치료 복합제 '라본디'는 골다골증 환자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D와 골다공증치료 성분인 라록시펜염산염을 복합한 제품이다. 기존에 출시된 골다공증치료제는 비타민D 제제를 따로 구입해 복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라본디는 장기 복용시에도 안전하며, 환자의 불편을 개선한 제품이란 점에서 골다공증 치료에 새로운 옵션을 제시한다는 평가이다. 라본디는 올해 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천식과 통년성(4계절 내내 발생할 수 있는) 알레르기비염을 동반한 환자 치료에 쓰이는 복합제 '몬테리진캡슐'을 허가받았다.
몬테리진은 기관지 수축, 호흡곤란, 콧물 등을 유발하는 류코트리엔 물질을 억제해 천식 및 비염 증상을 호전시키는 성분(몬테루카스트)과 알레르기비염 치료 등에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레보세티리진)을 결합한 제품으로, 임상 3상을 통해 효과를 입증했다.
한미약품이 국내 22개 기관에서 210명 환자를 대상으로 몬테루카스트 단일제 투약군과 몬테리진 투약군으로 나눠 4주간 비교한 결과, 몬테리진 투여군이 단일제 투여군 대비 후반 2주(3~4주)차의 MDNSS(Mean Daytime Nasal Symptom Score, 낮 시간 동안의 코 증상 수치)에서 우월한 효과를 보였다.
한미약품의 대표 품목인 고혈압치료 복합신약 '아모잘탄'에 고지혈증 성분을 복합한 3제 복합제, 아모잘탄에 혈압을 더 떨어뜨리는 데 도움을 주는 이뇨제를 복합한 3제 복합제(고혈압)도 올해 내 허가를 받고 출시할 예정이다.
◇개량·복합신약 역량 글로벌에서 인정받아
한미약품의 개량신약 개발 역사는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미약품 현 대표이사인 우종수 사장의 주도로 개발한 마이크로에멀젼(약물의 흡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제제기술)이 스위스 노바티스사에 기술이전된 것이다.
6800만불 규모의 기술수출 금액은 당시 기준으로 국내 최대 액수였다. 기술에 대한 로열티는 20여년간 지급돼 최근까지 총 1000억원대의 수익을 한미약품에 안겨줬다.
이후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계에 개량신약이란 화두를 제시하며 개량·복합신약 명가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2000년대초 수입 고혈압치료제인 '노바스크'의 염을 변경해 출시한 ‘아모디핀’을 통해 제약업계 최상위권 업체로 발돋움했다.
또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염변경 개량신약 '에소메졸(역류성식도염치료제)'은 다국적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특허소송 등을 극복하고 국내 개량신약 최초로 미국 FDA 허가를 받기도 했다. 2009년 출시한 고혈압치료 복합신약 '아모잘탄'은 현재 연간 6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한미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아모잘탄은 미국 MSD가 도입해 전세계 50여개 국가에 '코자XQ'라는 브랜드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후에도 사노피-아벤티스와 '로벨리토(고혈압·고지혈증복합제)'를 공동개발했다. 고지혈증치료 복합신약 '로수젯은 미국 MSD가 역수입해 현재 20여개국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역량을 입증한 한미약품의 개량·복합신약은 제제연구 전문가인 우종수 한미약품 사장의 손에서 시작됐다. 우종수 사장은 치열해지는 의약품 시장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무언가 차별화된 제품 라인을 탄탄히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한미약품은 개량·복합신약을 통해 창출한 캐시카우를 혁신신약 개발에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며 "한미 R&D의 토대인 개량·복합신약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신약개발이 신뢰경영’이라는 회사의 비전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종수 한미약품 사장. 사진제공=한미약품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