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저기 올려다 봐봐!” “응? 와 방금, 소름 돋았어”
31일 낮 12시 찾은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 점심시간 막간을 이용해 들렀다는 직장인 김모씨와 정모씨는 한 바퀴 둘러보며 탄성을 지른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서가와 관내 전체 풍경을 스마트폰 속에 담았다. 정모씨는 “일반적인 도서관보다 규모가 커서 깜짝 놀랐다”며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외국 도서관처럼 예쁘게 잘 꾸며놔 주말에도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정식 오픈한 도서관은 총 면적 2800㎡에 복층으로 구성돼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픈으로 스탭들이 분주한 상황이었지만 책을 쌓아두고 읽거나 사진을 찍으며 관람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모씨나 정모씨처럼 점심시간에 나온 직장인부터 학생, 중장년층, 외국인까지 다양했다.
도서관 내에 들어서자마자 단번에 눈을 사로잡은 것은 13m 높이의 대형 벽면서가다. 총 3개로 나눠진 이 서가에는 총 5만여권에 달하는 책들이 비치돼 있다. 일반 도서관이나 서점처럼 인문, 경제, 교양, 취미 등 부문 별로 카테고리가 나눠져 있고 도서검색대를 이용해 원하는 도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1일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정식 오픈한 '별마당 도서관'. 사진/권익도 기자
다만 손이 닿을 수 없는 높이의 서가 책들은 대체로 장식용 책인 경우가 많았다. 도서관의 파트장을 맡고 있는 최진성 영풍문고 관계자는 “일반적인 서점들처럼 안전성을 고려해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3m 이상 정도의 구간에는 모형 책들을 비치하게 됐다”며 “실물 책을 비치하려면 유럽도서관에서 쓰는 고정식이나 도르래 형태의 사다리를 구축해야하는데 위험하기에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가 외에도 볼 거리는 풍성했다. 메인층(지하 1층) 라운지의 ‘윤동주 탄생 100주년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자필원고부터 사진, 생애, 관련 책들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시회 옆에는 해외 잡지를 비롯한 600여 종의 최신잡지를 구비한 국내 최대 규모의 잡지 코너, 무역 관련 전문서적 2000여권이 준비된 국제 비즈니스 서적 코너, 아이패드를 활용해 책을 볼 수 있는 eBook코너 등 이색적인 공간들도 눈에 띄었다.
도서관 지하 1층 중앙에 위치해 있던 '윤동주 자필 원고' . 사진/권익도 기자
휴식 공간에 신경을 쓴 점도 곳곳에서 묻어났다. 지하 1층과 1층에는 서재를 콘셉트로 한 다양한 테이블과 의자들이 비치됐다. 이미 곳곳의 공간은 다량의 책을 놓고 읽거나 노트북 작업을 하고 있는 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1층에는 서가 사이를 트고 들어선 편의점 위드미와 카페 빌리엔젤도 있었다.
도서관 1층 휴게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쉬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권익도 기자
다만 오픈형 라이브러리다 보니 책의 유실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인천에서 왔다는 한 여성 고객은 “대출이 가능한 줄 알고 왔는데 별도의 대출 시스템은 없더라”며 “도서관 내에서 책을 그냥 가져가 버리는 것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고 말했다.
최진성 관계자는 “오픈형 라이브러리로 설계된 만큼 아직까진 오시는 분들의 양심에 맡기는 게 최선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향후 유실되는 책이 많아진다면 보안 시스템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픈일을 맞아 도서관에서는 ‘윤동주를 읽다’라는 이름의 북콘서트도 열렸다. 민윤기 서울시인협회장과 김성현 동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가 ‘미술관에서 만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란 책을 중심으로 윤동주의 시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를 맡았던 전미소 시인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으려면 시민들이 책과 가까워야된다”며 “(별마당 도서관이) 외국의 어떤 도서관보다도 규모가 크고 아름답게 펼쳐진 모습에 놀랐고 감사드린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윤동주를 읽다'의 사회를 맡은 전미소 시인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권익도 기자
최진성 관계자는 “앞으로도 신간 도서의 저자나 음악가들의 공연도 공간 안에서 진행할 예정에 있다”며 “흔히 쇼핑몰에선 쉴 수 없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 곳은 많은 이들이 편안하게 와서 책도 읽고 쉴 수 있는 도심 속 문화 공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