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 '식품 R&D' 드라이브

롯데, 흩어진 역량 통합…신세계, 피코크·올반 이원화

입력 : 2017-06-04 오후 12:43:24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유통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004170)가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식품 연구개발(R&D)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양사 모두 오너 주도 속에 R&D 전진기지를 구축하는 한편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목표를 나란히 설정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2200억원을 투자한 식품 R&D 허브인 '롯데 R&D 센터'는 지난 1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롯데 R&D 센터는 흩어진 롯데 식품계열사들의 R&D 역량을 한곳으로 집중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 내에 롯데중앙연구소의 신축연구소로 세워진 이 곳은 건립기간 2년, 총 2247억원을 투자해 완공된 연구소다. 지하 3층, 지상 8층 건물에 연면적 8만2929㎡(2만5086평)로 기존 양평 연구소 보다 5배 이상 큰 규모다. 기존 연구 인력도 300여명에서 430여명으로 확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R&D센터 준공식에서 "(롯데 R&D 센터를) 식품계열사들의 세계 도약을 위한 전진기지이자 식품의 미래상을 구현해 나가는 종합식품연구메카로 육성하고,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미래가치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센터는 다양한 식품 콘텐츠의 융합을 위해 롯데제과(004990), 롯데칠성(005300)음료, 롯데푸드(002270), 롯데리아 등 롯데그룹 내 식품계열사의 통합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신제품 개발에도 시너지를 도모할 계획이다. 여기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세븐일레븐 등 롯데유통사 제품의 안전성 강화를 위햐 독립적 분석기능과 안전센터의 전문성도 더욱 강화했다.
 
아울러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연구와 건강기능성 식품, 바이오 분야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내부 TFT 운영을 통한 연구 활동을 장려하고 국가연구기관, 산학연 등 외부 기관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등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여명재 롯데중앙연구소 소장은 "롯데 R&D센터는 종합식품연구소로서 트렌드를 선도하고 세계적 기술을 확보하여 롯데그룹 식품 컨텐츠의 글로벌화와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는 '가정간편식'에 포커스를 맞추고 롯데와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위한 R&D에 집중하는 중이다.
 
신세계의 '식품 R&D' 역할을 수행하는 '피코크 비밀연구소'는 출범 1년을 맞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성수동 이마트(139480) 본사 9층에 기존 연구소를 확장한 '피코크 비밀연구소'를 구축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년간 이곳에서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식품개발 R&D에 집중하도록 진두지휘했다.
 
피코크 비밀연구소는 기존 소규모 테이스트 키친을 넓혀 대형 조리실과 가정집처럼 꾸민 시식 공간을 갖췄고, 상품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와 단체 회의실 공간, 염도·당도·산도 등 다양한 관능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첨단 품질 관리실도 구축했다. 특히 최초 아이디어 단계부터 최종 상품화까지 한 공간에서 원스톱으로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이를 주도할 특급호텔 셰프들을 대거 배치시켰다.
 
정 부회장은 수시로 피코크 신제품을 직접 먹으면서 품질을 높이는 데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부회장은 물론 일반 임직원이 참가한 내부 품평회를 통과해야 제품화가 진행될 정도로 까다로운 출시과정을 거친다는 게 신세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2013년 약 200여종으로 출발한 피코크 제품은 지난해 말 1000종으로 늘었다.
 
R&D 성과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출시 첫해 340억원을 기록했던 피코크 매출은 2014년 750억원, 2015년 1340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1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했다. 3년 만에 매출이 5배 증가한 것이다.
 
신세계는 '피코크'외에도 '올반' 개발을 담당하는 신세계푸드(031440) R&D센터도 별도로 운영중이다. '피코크'와 '올반'은 서로 다른 R&D 기지를 구축한 투트랙 전략인 셈이다. 이마트 식품본부장 출신으로 피코크를 만들었던 최성재 부사장이 신세계푸드로 전진 배치된 것도 이같은 투트랙 전략의 일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가 유통업 맞수에서 식품까지 전방위로 경쟁구도를 확대하고 있다"며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유통업이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만큼 앞으로도 두 기업은 시장 곳곳에서 충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가동을 시작한 롯데 R&D센터 전경(왼쪽)과 신세계 이마트 피코크 비밀연구소 광고 이미지. 사진/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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