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천준호 (사)지금함께 상임이사는 대표적인 ‘박원순의 사람’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된 ‘낙선·낙천운동’을 하면서 처음 만났다. 그때 인연으로 2011년 10월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박 시장의 당선을 위해 뛰었다. 박 시장 취임 이후에는 서울시장 비서실장과 정무보좌관, 서울시 기획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특히 ‘현장시장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며 박 시장의 ‘기획통’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강북갑 지역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바로 그 곳에서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천 이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변화라도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 이사를 만나 (사)지금함께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사)지금함께는 어떤 단체인가.
‘대한민국의 격차해소’와 ‘새로운 강북구 만들기’를 사명으로 하는 비영리민간단체다. 오는 7일 정식개소식을 앞두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이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려 하지만 시작은 지역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지금함께’라는 명칭은 우리사회의 변화를 위해 지금 함께 행동하고 실천하자는 의미다.
향후 활동방향은.
강북구는 서울에 25개 자치구 중에서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재원을 확보하기에 어려움이 크다. 우선 정책개발 분야에서는 강북구가 가야 할 2030년 도시 비전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동시에 ‘함께하우징’이란 사업을 통해 30~40년 된 주택을 새롭게 고쳐 짓고, 주거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만들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생각이다. 또 포럼을 열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도시비전을 고민할 계획이다. 아울러 3%캠페인도 전개할 생각이다. 바닷물이 썩지 않는 이유가 3%의 소금 때문인 것처럼 우리 삶의 3%를 바꿔서 나 자신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자는 것이
다. 생활 속 참여와 나눔, 성찰을 각각 1%씩 실천하는 뜻이다.
‘함께하우징’ 사업 추진이 현실적으로는 어렵지 않을까.
북한산 주변은 높이제한이 있다.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을 하는데 있어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오랫동안 그 문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실적으로 국립공원 주변의 고도제한을 완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신 합리적인 규제완화는 필요하다. 지역 주민들이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다. 서울은 제1종 주거지역용적률을 150%로 제한하고 있는데,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용적률을 190~195%까지 허용해주자는 것이다. 재건축 시 일정비율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기존 주민들은 그대로 거주하는 방식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자율주택정비사업’이다. 시중 은행에서 받기 어려운 건축비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충당할 수 있다.
지금함께에는 누가 동참하고 있나.
성경환 전 교통방송(tbs) 대표가 이사장을 맡아 중심역할을 하시고,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신다. 이건기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 이범 교육전문가, 우석훈 경제학자 박사, 서울시자원봉사센터장을 지낸 박윤애씨,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등이 자문단으로 함께 해주실 예정이다. 이밖에 10여명의 이사진과 20여명의 운영위원들이 활동한다.
담론일 수 있지만 바람직한 시민사회란 어떤 것인가.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와 나눔, 성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공동체에서도 이를 촉진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공동체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주거환경이다. 아파트나 개별가옥형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시재생을 진행하되 가장 먼저 공동체성을 확보하고, 그것에 기초해 개발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천준호 (사)지금함께 상임이사. 사진/(사)지금함께
오랫동안 청년문제를 고민해왔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환경은 가장 열악한 세대가 바로 지금의 2030세대다. 일자리와 주택, 교육, 보육 등이 복잡하게 얽혀서 2030세대의 삶을 억누르고 있다. 그중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일자리다. 일자리를 갖지 못하니깐 지불능력이 떨어지고, 당연히 주거비용 부담과 결혼 기피 현상 등이 연이어 발생하는 것이다.
해결방안이 있나.
핵심은 일자리 문제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를 줄여야 한다. 80년대 말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이 100대 85 였다면, 지금은 100대 60정도로 오히려 더 벌어졌다. 국가가 나서서 중소기업이 선택 가능한 일자리가 되도록 만들어줘야 청년도 살고 나라도 산다. 임금격차를 줄이려면 과감한 정책을 취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일자리 정책을 비판하는 시작도 있다. 하지만 그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응급처방이라고 본다. 그런 조치와 더불어 공정한 시장경쟁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새 정부에서의 지방자치 전망은 어떤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지방분권 시대를 열겠다고 얘기하셨기 때문에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이행하실 거라고 믿는다. 과거처럼 중앙정부가 모든 걸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다양하고 복잡한 국민의 삶을 책임질 수 없다. 결국 중앙정부가 가진 권한을 지방정부에 얼마나 나눠줄 것인지가 중요하다. 과감하게 권한을 이양하고, 세제도 개편해서 지방정부의 재원도 튼튼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새 정부에 서울시 출신 인재들이 많이 등용됐다.
문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이미 서울시 정책과 사람을 가져다 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안정되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라도 혁신시정을 수행해온 서울시의 정책과 경험을 잘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대선후보로서의 박원순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나 자신도 일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박원순 시장처럼 지독하게 일만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박 시장은 본인이 잘되기 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시민이 필요한 걸 찾아서 해주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임 시장들이 서울시의 자원과 행정력을 자신을 위해 썼던 것과 달리 박 시장으로 인해 서울시의 행정 방향도 완전히 달라졌다. 이번 대선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 부분은 무척 아쉽다.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열망이 워낙 컸다. 국민들이 누가 더 혁신적이냐 보다는 누가 더 확실한 정권교체를 이룰 것인지를 평가한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정권교체를 이룰 적임자라고 평가받았다. 문 대통령 역시 그런 준비가 충분히 돼 계신 분이다. 그러 면에서 박 시장 스스로도 아직은 그런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박 시장만큼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과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한 대선 후보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천준호 (사)지금함께 상임이사가 서울시 정무보좌관 시절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시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사)지금함께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