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문위원회 위원장인 박삼구(왼쪽)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실사에 들어간다. 박삼구 회장이 끝까지 상표권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압박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기로 했다. 특히 박 회장이 원료사에 채무적 부담을 진 것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회장은 새 정부에서 반전을 노렸으나 재벌개혁의 기치가 높은 기류에 오히려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채권단 주주협의회 고위 관계자는 8일 “9일까지 상표권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곧바로 금호타이어의 실사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전면적 실사를 진행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상표권을 허용하냐 안 하냐의 문제일 뿐 더 이상의 조건부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채권단은 실사를 통해 금호타이어의 실적 부진 진상을 파헤치겠다는 의도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고자 의도적으로 실적을 낮춘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또한 박 회장이 원료사들에 대한 채무부담으로 금호타이어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의혹에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본지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과정에서 효성, 코오롱, LG화학, SK에너지,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2·3차 협력사들에게까지 지분참여 형태로 인수대금을 조달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상위 기업 주주명단에 포함된 기업들로부터 원료를 사야 하는 금호타이어로서는 비용구조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채권단은 이미 더블스타의 매각 실사 과정에서 이 같은 의문점을 포착했다는 전언이다.
앞선 관계자는 “경쟁사들은 좋은 실적을 내는데 금호타이어만 2년 연속 부진했고 올 들어서는 영업적자를 낸 이유에 대해 박삼구 회장이 설명해야 한다”며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영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검증됐고, 이런 상태에서 3조원의 대출금을 보유하는 것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사를 토대로 한 채무 연장 중지 또는 박 회장의 경영권 박탈 등 사후 조치는 절차에 따른다. 그는 “주주협의회에서 합리적 선택을 할 것”이라며 “만일 주주협의회에서 몇 군데 은행이 (경영권 박탈 등에)반대한다면 사실 그대로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남 민심을 의식, 해외 매각을 반대해온 정치권 흐름에 박 회장은 대선 후 반전을 기도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박 회장은 최근에도 여야 의원들을 만나 설득했지만 특정 재벌을 편드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경제개혁연대소장 당시 금호와 대립각을 세웠던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것도 부담이다. 김 후보자 인선에 반대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박 회장이 인적 네트워크를 발휘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섣불리 나섰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여러모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