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노동 시민권 회복의 절박성

입력 : 2017-06-11 오후 1:05:27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밖에 안 되었지만 개혁의 속도는 빠르고 그 폭도 깊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주류 담론이 바뀌고 있다. 중앙집권적 관료주의는 분권과 협치로, 경쟁과 효율의 논리는 공생과 연대로 변화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항쟁 30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이제 우리의 새로운 도전은 경제에서의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가 되어야 합니다.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민주주의의 달성에 머물지 않고 경제 민주화를 강력하게 추진 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문 대통령 고백처럼 새 정부의 성공은 경제 민주주의의 달성 여부에 달려 있다. 문 대통령은 ‘J노믹스’로 불리는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창하였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고 늘어난 소득으로 소비를 확대해 내수를 활성화시키며 내수 확대가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제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의 성공은 좋은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로 판가름 난다.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일자리의 질(質) 향상, 노동시장 내 격차 해소가 관건이다. 대통령 스스로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은 좋은 일자리의 창출이야말로 경제정책 성공의 바로미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은 과거의 성장 패러다임과의 결별을 요구한다. 지난 시기 주류의 경제이론은 기업투자가 늘어나야 경제가 성장하고,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노동자의 삶도 개선된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이론이다. 하지만 낙후효과의 무용론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정책 효과도 의심받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에서 경제가 성장해도 양극화로 계층 간 소득격차만 커질 뿐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소득불균형의 원인 및 결과’라는 보고서에서 낙수효과 무용론을 제기한다.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1%포인트 증가하면 이후 5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8% 감소한다. 반면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1%포인트 늘어나면 같은 기간의 GDP 성장률이 연평균 0.38%포인트 높아지는 결론을 말한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줘 봐야 국민경제 성장에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2016년 중소기업연구원의 ‘수출의 국민경제 파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대기업의 매출액 1% 증가에 따른 하청업체의 매출액 증가는 1000분의 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에 비해 하청업체의 영업이익률은 형편없이 낮았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영업이익률이 9.63%였지만, 하청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20%에 불과했다. 한국 사회를 지배해왔던 주류 담론인 대기업 위주의 수출정책과 이를 통한 낙수효과가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경제성장 패러다임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한 이유이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는 경제 민주화와 노동개혁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나쁜 일자리의 상징인 영세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원·하청 공정거래가 확립되고 재벌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및 내부 거래를 뿌리 뽑아야 한다. 이럴 때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상시지속적 일자리의 정규직 고용관행을 만들 수 있다.
 
노동개혁의 목표는 일자리 창출, 격차 해소, 고용의 질 높이기로 요약된다. 이들 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노동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노동은 시혜의 대상이 아닌 경제사회의 엄연한 주체이며 대화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의 시민권 확보는 여전히 미완성의 풀지 못한 숙제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노동자를 ‘노동 시민’이 아닌 ‘가격 요인’의 하나로 취급하였고, 노동은 시장 중심적 유연화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이 결과는 노동배제적 노동정책의 추진 및 노동기본권의 불인정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민주화의 달성에도 산업 민주주의는 공장 문 앞에서 멈추어져 있다.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결과는 사회 불평등 심화와 비정규직 양산으로 귀결되었다.
 
노동 시민권의 온존한 회복은 무엇을 의미하나. 노동 시민권의 확보는 작업장에서의 노동자 자주관리, 노동자들의 경영참여, 노사 공동결정 등을 포함한 경제적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뜻한다. 노동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예외 없이 보장하는 것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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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