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뒤 야당 의원들에게 찾아가 악수를 건네는 등 소통행보를 계속해 눈길을 끌었다. 역대 대통령이 본회의장 중앙통로에 도열해 있던 여당 의원들의 박수 갈채를 받은 뒤 바로 국회를 떠나던 것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남색 바탕에 흰색·하늘색 사선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왼쪽 옷깃에 ‘나라사랑큰나무’ 배지를 단 문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본회의장 중앙통로 양옆에 도열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단상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여야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입장할 때 기립해 박수를 쳤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은 채 서있기만 했다. 이날 한국당은 연설 시작에 앞서 ‘야당무시 일방통행 인사참사 사과하라’, ‘국민약속 5대원칙 대통령은 이행하라’, ‘국민우롱 인사지명 대통령은 철회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노트북 앞에 붙이고 항의에 나섰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사전 환담 자리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문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뒤 본회의장 통로 주변으로 이동해 환한 표정으로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했다. 이후 방향을 야당석으로 틀어 한국당 중진의원들에게 일일히 악수를 청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나서는 두손으로 악수하고 대화도 했다. 이어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를 했다. 지난 대선 경쟁자였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와도 반갑게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일자리 창출’과 ‘민생’ 등을 거듭 강조하며, 법안 통과 협조를 요청할 때는 손을 사용하며 힘주어 말했다. 30여분의 연설시간 동안 민주당 의석에서는 총 16번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 때는 같은 시간 동안 33번의 박수가 나왔다. 문 대통령의 연설이 청년실업, 경기침체 등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어 박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맞춰 본회의장 앞쪽 양옆에 마련된 대형 화면에는 청와대가 준비한 PPT 슬라이드 자료가 띄워졌다.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라는 문구와 함께 청년 구직자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듯한 사진, ‘다음 생애는 공부 잘 할 게요. 미안해요’라는 취업을 고민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20대 청년의 문자 등이 화면에 나왔고,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지표를 알려주는 표도 공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를 방문해 취임 첫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