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미국 국민들은 역사상 가장 골치 아픈 대통령과 마주하고 있다. 취임한지 5개월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려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이다. 독립적인 수사 권한을 가진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플린 안보 보좌관까지 수사를 좁혀오자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남용한 지적을 받고 있다. 충성을 강요하고 수사 중단을 사실상 요청한 셈이다. 대통령 유세를 하는 장면부터 현재의 스캔들 위기에 몰려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한 편의 TV프로그램에 출연중인 배우의 모습처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년 전 한국에서도 명절이면 어김없이 재방송 리스트에 올랐던 ‘나홀로 집에’라는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한 공중파 TV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의 멘토가 되어 그들을 훈련시키고 교육시키는 역할이었다. 견습생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해고 한다’는 표현을 써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잘 들여다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를 만나든 표현에 있어 절제하는 신중함을 찾아보긴 힘들다. 본인이 쇼의 주인공이고 쇼의 결정자였다. 지금도 주변 지인들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고민하는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최대 위기가 되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을 방송 프로그램 취급하듯 하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이 미국 전역에서 2천만명이나 시청한 청문회에서 트럼프의 수사 방해를 요청이 아닌 명령으로 이해했다고 폭발 선언을 했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청문회가 있은 다음날 골프를 치러 자신의 골프 클럽으로 향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코미 전 국장의 증언에 대해서도 모두 거짓말이며 코미야 말로 대통령과의 기밀을 누설한 죄가 있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로 되돌아가보면 클린턴 후보에게는 이메일 스캔들이 최대의 고비였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코미 전 국장은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사건 재수사를 발표했다. 클린턴 후보는 이 사건으로 인해 다 잡은 선거를 놓쳐 버린 셈이나 다름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 방해 혐의 외에도 취임이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이슬람 국가(IS)테러 조직에 대한 중요 정보를 러시아에 넘겼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30%정도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상황이고 미국 국민 10명 중 4명은 트럼프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6월말 트럼프 쇼의 주인공인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사드 배치와 한미 동맹의 성격과 방향 등 한반도 안보와 중요한 논의가 집중될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 소식과 함께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방한 소식이 들려온다. 7월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인기는 트럼프 현 대통령과 비교되며 아직도 뜨겁다. 전 세계의 전현직 정상들은 앞다투어 오바마를 만나 뜨거운 정을 나누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반 파격적인 소통 행보와 낮은 경호로 오바마 대통령에 비유되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문재인 커피, 문전성시 등의 표현과 함께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셀카 찍기를 마다하지 않는 문 대통령을 빗대 ‘문바마’라고까지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달 말로 예정되는 있는 한미 정상회담의 두 주인공은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이다. 항간에 알려진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스타일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크다. 감성적이고 소통적인 접근보다는 직설적이고 비즈니스적인 접근을 더 강조하는 리더십이다. 미국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다 정치적 위기에 처해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를 감안하면 한미 정상회담은 더욱 트럼프 쇼의 성격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트럼프 쇼에서 '문바마' 스타일로 접근한다면 얻을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 아무리 당선 직후에 비하면 인기가 급전직하한 미국 대통령이라지만 한국을 대하는 스타일까지 달라질리 만무하다. 사드 배치, 한미 FTA협상 등에서 더 많은 미국의 이익을 가져가려 할 게 분명하다. 우리도 한반도 안보를 위해 그리고 국가 이익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가져와야 할 협상의 결과가 명백히 존재한다. 더욱 트럼프 색깔이 짙어질 트럼프 쇼에서 문 대통령은 문바마가 아니라 협상의 기술로 트럼프를 제압해야 한다. 트럼프 쇼에 등장할 문 대통령의 역할이 기대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