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후 해방촌은 생각·이념이 해방되는 곳"

재생 총괄계획 한광야 교수 "다양한 교감 어울리게 하고파"

입력 : 2017-06-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해방촌은 해방 후 해외에서, 북쪽에서 온 사람들이 눌러 앉은 곳이다. 지금은 글로벌한 사람들인 오고가는 곳이기도 하다. 생각·이념·가치관에서 자유로운 동네가 만들어지는 게 100년 뒤 해방촌의 모습이지 않을까. 긍정적이고 독특한 문화를 지닌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해방촌 도시재생 총괄 계획가를 맡고 있는 한광야 동국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재생될 미래의 해방촌 모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 교수가 이야기 보따리로 풀어놓은 해방촌 재생 프로젝트 핵심은 ‘해방’ 그 자체에 있다. 사람이 해방되고, 길이 해방되는 곳이 해방촌이다. 한 교수는 “해방촌이 걸어 다니기 굉장히 좋은 동네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남산 가는 길 등을 연결하는 해방촌 오거리는 해방촌의 대표 교차로다. 하지만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곳으로 통과차량이 매우 많다. 이 오거리는 중앙선이 없을 만큼 비좁다. 신호등도 없다. 사람 중심이 아닌 차량 중심의 도로가 됐다고 한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걸어 다니면서 공공문화 시설과 문화자원을 활용하면서 동네분들이 동네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바꿔 나가도록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로 7017이 보여주 듯 서울시 또한 보행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보행의 가치는 해방촌이 자랑하는 경관과 어우러질 전망이다. 남산 밑자락에 있는 해방촌에서 탁 트인 서울 전경을 볼 수 있다. 한 교수는 “해방촌의 자랑은 무엇보다도 경관이다. 끝내준다. 주민들 자부심이 정말 크다”며 “결국 천천히 걸으면서 경관을 음미하고 즐길 수 있는 장소들과 동선이 있어야 한다. 주차장을 최소화하고 동네를 위한 도서관 같은 공공시설이 들어서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방촌 교회와 성당을 지나면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200여평의 땅이 있다. 그는 이 공간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교감하는 공간도 해방촌이 지향하는 가치다. 한 교수는 해방촌 문화권에 있는 주한독일문화원과 관계 맺기를 꿈꾸고 있다. 그는 “궁극적으로 2~3년가량 지나 독일문화원 오픈하우스 공간이 신흥시장 안에 열리면 좋겠다”며 “시장 안에서 독일 맥주 만드는 법, 독일 빵 만들기, 독일 영화 상영 등이 열리고, 독일로 유학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강의도 진행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지난해부터 독일문화원, 문화체육관광부 측과 소통을 하고 있다.
 
해방촌에 사는 1만2000여명중 10%가량이 다문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방촌의 색깔은 어느 하나로 정의될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가치가 어우러져 있는 해방촌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해방촌 도시재생 총괄계획가를 맡고 있는 한광야 동국대 교수가 지난 9일 해방촌 신흥시장에 있는 해방촌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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