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의 신호탄으로 내부거래를 지목한 가운데, 해운업계도 대기업의 물류 자회사를 통한 일감몰아주기로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선주협회와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현대글로비스 등 국내 7대 물류 자회사가 처리한 컨테이너 수출 물동량은 611만개에 달한다. 이는 같은 해 전체 컨테이너 수출 물동량 732만개의 83%에 이르는 절대적 수치다. 해운업계는 이 같은 물량 쏠림 현상이 모기업의 일감몰아주기로 규모를 키운 물류 자회사들이 제3자 물량마저 저가로 빼앗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운업계는 대기업 물류자회사가 모회사의 일감 몰아주기로 규모를 키워 중소 해운사의 물량을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대 물류 자회사가 취급한 수출입 물량 764만개 가운데 자사 물류는 287만개(37.6%)다. 나머지 477만개(62.4%)는 제3자 물량이다. 대기업의 물류 자회사들이 전체 매출 가운데 계열사 물량을 30%로 제한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제3자 물류업체의 일감을 저가에 가져간다는 게 선주협회 주장이다.
게다가 규모의 경제를 이룬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이 국적 선사에 저가 운임을 강요하는 등 횡포도 극심해졌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대기업의 한 물류 자회사는 중국 수입화물을 수송하던 A해운사에 컨테이너 1TEU당 220달러이던 운임을 50달러로 대폭 낮출 것을 강요했다. A해운사가 이를 거절하자 물류 자회사는 선사를 교체했다.
아울러 업계는 대기업 물류 자회사가 이 같은 문제점을 제기한 선사가 다른 물류 입찰 계약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등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물류 자회사가 다량의 물량을 확보해 선사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월 대기업 물류 자회사의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물류산업 경쟁력 저해를 방지하기 위해 해운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화물운송 사업자는 동일한 기업집단의 계열사 외에는 물류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대기업 물류 자회사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성장세를 거듭하는 것과 달리 일부 국적 해운사나 제3자 물류사들은 기존의 일감마저도 대기업에 빼앗기는 상황"이라며 "국적 선사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법안 통과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