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문경기자] 유럽연합(EU)이 구글의 불공정거래 행태에 철퇴를 날리면서 우리나라 규제당국의 대응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 27일(현지시간) 구글에게 불공정거래 혐의로 24억2000유로(약 3조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U는 지난 2010년부터 7년간 조사 끝에 구글이 유럽내 90%에 달하는 검색 지배력을 바탕으로 자사의 쇼핑, 여행, 지역 검색 등 서비스에 혜택을 줬다는 혐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사진/AP=뉴시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IT(정보 기술) 기업의 조세 회피와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가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구글의 빅데이터 수집과정과 정보독점, 자사 애플리케이션 선탑재 문제 등을 불공정행위로 보고 면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에서는 EU와 달리 검색 사업과 같은 혐의로 조사를 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네이버와 카카오에 밀려 구글의 검색 비중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IT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한 규제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빅데이터 수집 과정이나 정보 독점 등에 대한 조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민 세금으로 네트워크 깔았는데 구글은 들어와서 아무런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정보를 싹쓸이하고 있다"며 "이건 산업 차원 문제도 있지만 경쟁 당국에서도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한 신중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구글이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할 때 자사 앱을 선탑재하도록 하고, 새로운 OS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강요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구글의 '앱 선탑재'가 다시 이슈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에 올해 초부터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오세정 국민의당 국회의원도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IT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인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구글세'의 국내 도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구글세는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도 조세체계상의 맹점을 이용해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다국적 기업에 부과하기 위한 세금이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포드코리아 등 다국적 기업들은 현재 국내에서 유한회사로 사업형태를 등록하고 주식시장에 상장도 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법상 매출에 비례하는 세금을 징수하기 어렵다. 국내 IT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탈세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