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박5일 간의 미국 방문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가운데 북핵문제 해결 방안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문제 등을 놓고 이어졌던 양국 간 이견을 상당부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 방문 전만 해도 ‘첫 만남인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기본적인 신뢰관계 확인만 해도 성공’이라는 반응을 보여왔다. 문 대통령도 지난 26일 전직 주미대사 초청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성과 도출에 연연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의와 신뢰를 쌓고 이를 토대로 한미동맹 강화 기반을 탄탄히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참석자들도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현안 논의보다는 동맹의 의미와 중요성을 부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 채택에까지 이른 것을 놓고 양국 간 산적한 난제를 풀어갈 수 있는 토대 마련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명에는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미국의 대한(對韓) 확장억제 제공 공약 재확인과 전시작전통제권의 조속한 전환, 북한 비핵화를 위한 긴밀한 공조,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을 위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미국의 지지, 한·미·일 3국 협력 증진 등의 내용이 대거 담겼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짧은 시간의 첫 회동에서 ‘그레이트 케미스트리’(Great Chemistry·매우 호흡이 잘 맞는 관계)를 과시함으로써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상호 신뢰·존중의 정신으로 접점을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접근방식에 대해 미국 측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 눈에 띈다. 미국이 그간 북핵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주장해온 가운데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양 정상은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큰 틀의 방법론과 관련해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 단계적·포괄적 접근을 구사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공동성명에는 ‘양 정상은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단계적 접근법에 대한 미국의 거부감을 희석시키고 대화보다 제재에 방점을 뒀던 미 행정부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경우에 따라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북 성주 사드 배치를 놓고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는데 대한 미국 측의 불만을 누그러뜨린 것도 성과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 상원의원 18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때 사드의 완전배치를 촉진할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하원 지도부를 만나 “혹시라도 저나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절차를 갖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며 “전 정부의 합의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고 강조했다. 환경영향평가가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임을 강조하며 미 의회 지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관계자들도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는 여전히 불씨가 남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며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현 한미 FTA를 '일자리 킬러'로까지 표현하는 가운데 공동성명 내용 중 '상호적 혜택과 공정한 대우를 창출하면서 확대되고 균형된 무역을 증진시킨다'는 내용을 놓고 해석 상 차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하지 못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선긋기에 나섰지만 미국 측이 필요 시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북핵문제 해결방안을 놓고도 이번 방미를 통해 한미 공조체제의 틀을 마련했지만 당사자인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과정은 또다른 숙제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