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분말형 발기부전치료제들이 연이어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물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차별화 장점을 내세워 제품을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참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일동제약(249420)은 지난 28일자로 '스피덴세립'의 허가를 취하했다. CJ헬스케어도 '헤라그라세립'을 지난해 말 자진 허가 취하했다.
삼진제약(005500)은 '해피그라세립'의 허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판매를 중지했다.
이들 제품은 비아그라 복제약이다. 비아그라 정제(알약)를 분말형으로 제형 변경했다. 오리지널약과 약효는 같으면서 휴대성이 우수하고 물 없이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약 복용 사실을 알리길 꺼려하는 발기부전 환자 심리를 반영한 제품이다.
일동제약, CJ헬스케어, 삼진제약 외에도
삼아제약(009300), 건일제약, 코오롱제약도 2012년 비아그라 특허만료 시점에 맞춰 분말형 복제약을 일제히 출시했다. 정제 위주의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분말형 제품으로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하지만 연간 각 1억원도 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IMS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년(2016년 4월~2017년 3월) 동안 6개 제품의 전체 실적은 1억40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발기부전치료제 전체 시장은 995억원 규모다. 분말형 6개 제품은 0.14% 비중에 불과한 셈이다. 건일제약 '세리비아세립'이 6700만원, 코오롱제약 '네오비아세립'이 5700만원, 삼아제약 '비아신세립'이 1600만원을 기록했다. 삼아제약, 건일제약, 코오롱제약은 분말형 제품을 계속 판매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스피덴세립 출시 직후인 2013년 6억을 기록했으나 이듬해부터 실적이 크게 줄었다. CJ헬스케어와 삼진제약은 매년 1~3억원 정도에 그쳐 부진했다. 원가와 영업비 등을 제하면 남는 게 없어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는 게 이들 회사 설명이다. 이들 제약사는 분말형 제품을 정리하고 정제 발기부전치료제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CJ헬스케어는 정제도 판매를 중지하고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업계에선 분말형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떨어져 이들 제품이 실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알약을 선호하고 신제형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의 보수성이 요인이라는 것이다. 지명구매를 많이 하는 발기부전치료제의 처방 패턴도 원인이다. 의사가 고른 약을 그대로 처방받는 일반적인 의약품 소비 패턴과 달리 발기부전치료제는 특정 제품에 대한 지명구매도가 높다는 특성을 보인다. 소비자들 사이에 정보교환과 입소문이 빠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대체로 고령자인데, 환자들이 알약을 먹어야지 약을 먹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며 "분말형 제품은 낯선 제형이어서 환자들이 약효에 대해 불신해 구매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약품 팔팔이 초반 시장을 선점한 것도 요인으로 보인다"며 "저가정책을 주도한 한미약품 팔팔이 소비자들에게 유명해지면서 매출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