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유서대필 조작사건' 누명을 벗었던 강기훈씨가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사건에 휘말린 지 26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재판장 김춘호)는 6일 강씨 등이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 기일을 열고 "국가는 강씨에게 5억2900여만원, 부모와 가족 등에게 1억5600여만원 등 총 6억85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씨는 이미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민사상 보상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수감 후유증으로 사회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았다"며 "강씨 부모·형제와 이후 태어난 강씨 자녀 역시 고통을 받았다. 강씨와 가족들이 수사·재판을 받던 때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입은 정신적 피해와 통화가치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당시 강씨를 수사한 강신욱 전 대법관(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신상규 변호사(당시 강력부 수석검사, 사건 주임검사)와 필적감정을 담당한 김형영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의 개인적 책무에 관한 것이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민사적 책임져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허위 감정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 소멸 시효가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따라서 이 부분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법원은 수사를 담당한 강 전 대법관과 신 변호사 관련해서는 "당시 수사는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일이고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일부 불법 행위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됐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서대필 사건은 지난 1991년 5월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연합 사회부장이 노태우 정부를 규탄하고 분신자살하자 검찰이 김씨 친구였던 강씨에 대해 "김씨 유서를 대필하고 자살을 방조했다"며 기소해 처벌한 것을 뜻한다. 강씨는 1991년 12월 자살방조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재심절차를 걸쳐 2014년 2월 자살방조죄에 대해는 무죄, 나머지 국가보안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만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이 선고 확정됐다.
이후 2015년 강씨와 가족들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 접견 금지, 폭언 폭행, 협박 회유, 필적 은폐 및 필적 감정 결과 왜곡 등 불법행위가 있었고 이로 인해 구금 생활을 하면서 심각한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 등을 상대로 31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강기훈씨가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에 출석한 지난해 11월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변론을 끝내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