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국민의당은 10일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의 ‘특혜채용 의혹’과 자당의 ‘제보조작 파문’에 대한 동시 특검을 공식 제안하기로 결의했다. 국민의당이 전날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하자 “여당 대표가 검찰총장을 역할했다”고 반발하는 등 공세 수위를 연일 높여가고 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역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특혜채용 의혹과 제보조작 파문 ‘동반특검’을 제안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증거조작 사건과 함께 사건 원천인 문준용씨 특혜채용 의혹 또한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며 “다만, 이미 과잉충성으로 신뢰를 상실한 현재의 정치검찰이 아닌 특검을 통해, 증거조작 사건과 특혜채용 의혹 모두의 진상을 규명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당은 지난달 당내 일부 인사들이 특검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자, 여론의 역풍을 맞은 바 있다. 국민의당이 동시수사로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당안팎에서 빗발친 것이다. 지난달 26일 국민의당의 대국민사과 이후 당 홈페이지에는 특검 요구를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고, 이에 국민의당은 여론의 십자포화에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특검 요구를 자진 철회했다.
또한 당시 국민의당 김태일 혁신위원장도 “당내 일각의 특검 주장은 국민에게 구태의연한 정치 공방으로, 물타기로 보여질 가능성이 있다”며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진정하지 않게 보일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당은 이날 또다시 특검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도 특혜 의혹과 조작 파문 일괄 특검을 주장한 바 있다. 특검 도입을 놓고 국민의당과 두 보수 야당이 손을 잡고 더불어민주당과 대치하는 구도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증거조작’ 사건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검찰에 대한 수사 지시’로 몰아가며 정국을 돌파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입만 벌리면 검찰개혁을 주장했던 추 대표가 여당 대표의 직분을 망각하고 미필적 고의라는 수사 방향과 국민의당이 범죄집단이라는 수사 지침을 내렸다”며 “추 대표가 내리는 검찰 수사 지침 및 사건의 성격 규명을 통해 ‘국민의당 죽이기’ 정치공작을 하는 관계기관 대책 회의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추 대표에게 정국경색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물론, 국민의당을 향한 검찰 수사에도 ‘정치탄압’ 프레임을 씌워 향후 검찰수사 결과에 따른 당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이 같은 공세에 여론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의문이다.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창당 기반인 호남 민심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대여 강경기조가 당력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정 파행에 따른 비난 여론이 정부여당이 아니라 국민의당으로 들이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의당은 지난주 지지율과 같은 5.1%를 기록하며 2주 연속 원내 5개 정당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당이 ‘태세 전환’을 하며 강공을 펼치자, 민주당에서도 국민의당의 ‘적반하장’이 지나치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로, 대선에서 증거조작을 해서라도 이겨보겠다는 행동이야말로 국정농단세력의 적폐와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추경 등에 대한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국민의당에 대한 공격을 자제했던 민주당은 전날부터 대변인 논평을 통해 강경 태세로 돌아섰다.
국민의당 박주선(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가운데) 원내대표, 이용호 정책위의장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