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초, 학교폭력 은폐 사실로…재벌손자 조직적 비호

서울시교육청, 교장·교감 해임 등 관련자 4명에 중징계 요구

입력 : 2017-07-12 오후 5:07:28
[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서울 숭의초등학교가 재벌 손자와 연예인 아들이 가담한 학교폭력 사안을 의도적으로 은폐·축소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이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의 감사결과를 12일 발표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측은 사건 발생 초기인 지난 4월27일 피해학생 학부모가 재벌 손자를 가해학생으로 지목했음에도 불구하고 1차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심의 대상에서 해당 학생을 누락시켰다. 앞서 시교육청은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달 19일 특별장학을 실시한 데 이어 같은달 21일부터 30일까지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또 학폭위 학부모위원이 학교폭력에 사용된 야구방망이와 바나나 향이 나는 몸 세정액을 가져온 학생에게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발언했음에도 학교측은 해당 학생이 현장에 없다는 일부 학생들의 진술을 근거로 생활지도 권고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무엇보다 가해 학생 학부모는 전담기구에 특정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인 '학생 확인서'와 '자치위원회 회의록'을 문자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요구에 생활지도부장은 해당 자료와 사진 등을 이메일과 문자로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조사에 필요한 핵심자료 일부도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용삼 장학사는 "사건 발생 직후 담임교사가 관련 학생 9명에게 한 명당 2장씩 진술서 총 18장을 받았는데, 감사를 시작하면서 12장의 진술서만 제출받았다"며 "6장 중 4장은 목격자 진술이고, 2장은 가해학생의 진술서"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담임교사는 생활지도부장에게 18장 전부를 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생활지도부장은 처음부터 12장이라고 말해 상반된 주장을 하는 상황이다.
 
숭의초는 학폭위 구성과 운영에서도 다수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애초 숭의초 학폭위 규정에 따르면 학폭위 구성은 학부모위원 4명과 교원위원 2명(위원장인 교감 포함), 학교전담경찰관(SPO)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숭의초는 규정에 없는 교사 1명을 교원위원으로 임명한 후, 학교전담경찰관을 학폭위 심의에서 배제했다. 
 
또 생활지도부장이 전담기구 교사를 비롯해 학폭위 위원 및 간사를 모두 겸하도록 해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는 모든 과정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해 처음부터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민종 서울시교육청 감사관(가운데)이 12일 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교장과 교감, 담임교사 역시 해당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장은 피해학생 학부모에게 전학을 유도하는 발언 등으로 학부모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했고, 교감은 피해학생이 장기간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소견서까지 학교에 제출했음에도 병원까지 방문해서라도 피해자 진술을 받겠다고 하는 등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했다. 
 
담임교사는 평소 가해학생들이 피해학생을 괴롭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수련회 기간 같은 방에 배정하거나 피해학생 보호자에게 확인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들은 학교폭력 사실을 의도적으로 묵살했고, 사건 당일 또 다른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난 것을 피해학생 학부모를 통해 인지하고도 이 역시 묵살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최초 사건이 발생한 당일 새벽에도 야구방망이를 사용한 또 다른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숭의초 학폭위는 이와 관련해 피해학생 2명 중 한 학부모가 '야구방망이로 맞았다. 원망스럽다'며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회의록에 기록하지 않았고, 피해학생 중 한 명이 학폭위 개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폭위 심의 대상임에도 아직까지 조사를 않고 있다. 
 
시교육청 이번 감사결과를 토대로 이날 법인에 교장·교감·생활지도부장에게 각각 해임을, 담임교사에게는 정직을 요구했다. 또 학생 진술서 일부가 사라진 것과 생활지도부장이 학교폭력 조사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것에 대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1조 비밀누설금지 등 관련 법률에 따라 관할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이민종 감사관은 “이번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교육청이 결정할 수 있는 지위나 권한은 없다”며 “다만, 처리과정에서 학교의 위법사항이 있는지 감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관련 법률에서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알게 된 각 학생의 개별사항과 사실을 누설할 경우 처벌받게 돼 있다”며 “학생들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여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에 사용된 야구 방망이와 바나나향이 나는 몸 세정액.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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