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동반성장위원회가 방향을 잃었다. 출범 이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예산, 적합업종 법적 강제력 등 요소들에 대해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동반성장위원장과 함께 위원들의 임기 역시 끝난 상황이다 보니 업무 추진력도 떨어졌다. 이에 따라 당초 출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반위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운영비 확보 문제다. 동반위는 지난해 초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지원이 중단되면서 운영비 확보에 골머리를 앓다가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지난 2010년 12월 동반위가 출범한 이후부터 매년 2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온 전경련이 지난해 자금 지원을 중단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어 3년간 운영비로 60억원을 지원키로 하면서 한차례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전경련 탈퇴가 이어지면서 오는 2019년부터 또 다시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동반위의 한해 예산은 51억원 가량으로, 이 가운데 40%를 전경련이 지원하고 있다. 중기중앙회에서 1억원을 지원 받고 있으며, 나머지는 정부보조금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운영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동반위는 당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자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동반위는 민간 자율 합의 기구로 출범한 만큼 예산 역시 민간에서 조달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비공개로 열린 제46차 동반성장위원회 본회의에서도 예산문제가 거론됐다.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으로부터 동반위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이나 공정거래워원회의 과징금 수익 일부로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사회적기금 마련을 통한 조달 방안도 거론됐다. 이에 동반위는 "이는 예시에 불과하다며 아직 어느 하나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올해 말로 적합업종에서 만료되는 품목이 47개에 달하지만 이 역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이 사업하기에 적합한 업종·품목을 선정해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2011년부터 시행됐다. 이달부터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고소작업대 임대업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73개 품목(시장감시, 상생협약 제외)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상태다. 지난 3월 금형이 만료됐으며, 골판지상자, 전통떡, 청국장, 순대, 장류 등 품목은 오는 9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동반위는 만료되는 품목에 대해 현행제도를 유보하고 법제화 시점까지 진행하는 방안, 대기업 참여의 길을 열어주는 방안 혹은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되 해외진출이나 R&D 등에 있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유도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하지만 민생품목에 대한 적합업종 법제화는 새 정부의 공약인 만큼 정부 방침에 따라 수정이 불가피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답보상태다.
일각에서는 안충영 동반위원장의 임기가 지난해 8월 이미 끝난 상황에서 조직을 재정비할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동반위는 임기 만료 이후에도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경우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 위원장은 1년째 위원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동반위 한 위원은 "위원장를 비롯해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면서 추진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예산 확보부터 운영까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고 말했다.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은 지난해 8월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1년여간 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