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한국항공우주(047810)(KAI)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 협력업체 대표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KAI 협력업체 1곳 대표가 친인척 명의로 회사 자금으로 다수의 차명계좌를 관리하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에 있는 KAI 서울사무소와 경남 사천시에 있는 본사를, 18일 진주시와 사천시 등에 있는 KAI 협력업체 T사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납품계약 관련 문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증거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KAI와 협력업체 간 이상 거래를 포착했다.
KAI와 협력업체 간 이상 거래는 회계와 계약서 모두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계속해서 이와 관련한 압수물 분석과 디지털 포렌식 등 폐기 가능성이 있는 압수물에 대한 분석 작업을 이어 나갈 방침이다. 검찰은 KAI가 이레이저 프로그램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다는 첩보에 따라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은 지난 20일 KAI에서 총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모 KAI 경영지원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경영 전반에 관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후 검찰은 21일 KAI 협력업체 실무자를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 본부장을 다시 조사한 후 국내사업본부장·구매본부장 등의 소환도 검토할 계획이다.
또 검찰은 KAI 비리의 핵심 인물인 전 직원 손모씨 검거에도 집중하고 있다. 손씨는 용역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으며, 수사 착수 후 1년 넘게 잠적 중이다. 다만 검찰은 "내사 또는 제보로 다른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손씨의 검거가 안 되고 있더라도 진전이 늦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KAI가 원가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개발비를 편취한 혐의를 포착한 검찰은 경영상 비리를 우선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후 검찰은 KAI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하성용 전 사장의 개인 비리 의혹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하 전 사장은 압수수색으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자 20일 사임했다.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20일 오후 서울 중림동 한국항공우주산업 사무소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